대우조선해양 근무, 시인, 전통 연 기능보유자 김종원씨

‘발 뻗고 잠들기 부끄러운 날이 있었다. 숟가락 들기가 미안한 알이 많았다. 술잔을 기울이기가 죄스런 날이 많았다…’

청명한 가을하늘을 원고지 삼아 시(詩)를 쓰고 시와 함께 평온하게 연을 날리는 조선 산업 근로자, 김종원 기정.

그는 전통 연 기능보유자이면서 최근에는 180여 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을 발간했고 또한 대우조선해양 ‘안전작업대’ 설치 업무까지 맡고 있는 1인 3역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원양선 선원생활, 직물공장, 합판제작 등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한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지난 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 27년간 근무하며 이제 그의 나이 이순(耳順)을 바라본다. 지난해 정년퇴임을 맞았지만 이 회사의 정년 연장프로그램으로 은퇴를 미뤘다.

그가 거대한 선박건조 작업 중 맡고 있는 일은 작업자들이 높은 곳에서 안전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업대를 설치작업이다.

선박을 완성하는 수많은 과정 중 돋보이는 작업은 아니지만 높은 선박에서 작업하는 동료들을 위해 길을 내는 작업, 동료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깃든 작업이다.

수십척의 거대한 선박이 건조중인 조선소에서 작은 체구의 김종원씨가 시인이자 전통 연 기능보유자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지난 2004년 ‘현대 시문학’으로 등단해 2006년에는 창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한 이력을 갖고 있다.

현대 시문학 경남지부 회장, 한국 문인협회 회원, 거제문협 이사 등 그의 명함에는 다소 화려한 직함들이 여럿 기록돼 있지만 그가 소탈하게 웃으며 얘기하는 본업은 대우조선해양 안전작업대 설치 27년 ‘베테랑 근로자’다.

4~5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블록을 오르내리며 하는 작업이 고되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시름을 덜었다는 김종원씨.

그는 선박을 구성하는 7~8m 높이의 블록에 올라 동료들이 안전하게 딛고 서는 작업대 설치를 했기에 늘 하늘과 좀 더 가까이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늘과 벗 삼아 지낸 그가 하늘을 무대로 전통 연을 날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전혀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조선소 근로자와 시, 전통 연 작업, 어떻게 세 가지 일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 연륜이 묻어난다.

그는 “작업 틈틈이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시상이 떠올랐고 그때마다 조금씩 남겨놓은 메모가 지금의 시인이 되게 한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쓰고 싶은 시는 거창하고 겉치레가 그럴듯한 글이 아니라 소시민이 살면서 갖게 되는 후회, 회한 등에 관련된 하나의 반성문이라고.

회사를 다니며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통영에서 연 만들기 계승자로 이름 난 이양재씨의 사사를 받으며 연 만들기를 시작한지도 올해로 27년째. 그간 그동안 연을 만들며 배운 것은 인내심과 배려다.

풍부한 경험과 감각으로 건조되는 조선 산업과 0.01도의 각도만 틀려져도 무게중심을 맞출 수 없는 연의 살대를 붙이는 작업은 많이 닮아 있다. 연과 선박 모두 100% 수작업으로 이뤄지며 집중력과 섬세함을 요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묵묵히 현장 속에서 땀 흘리며 섬세함으로 조선소를 지켜 온 김종원씨. 그의 손에 의해 선박이 건조되고 아름다운 시가 탄생하고 전통의 맥을 잇는 전통연이 창조된다.

살면서 잊혀져가는 부분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짚어보고 싶어서 시작한 취미생활이 어느듯 이렇게 자리 잡게 됐다는 김종원씨. 그에게 조선소 작업장은 또 다른 시상을 안겨주는 환경이자 보금자리다.

그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쉽고 편한 것만을 쫓는 것 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 소중하다는 것. 하나의 연과 선박을 만들기 까지 공들이는 노력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가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걸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신명나게 일하고 안전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며 지금 주어진 일, 하고 있는 일을 다시 한 번 바라보라는 김종원씨. 그는 “선박건조작업 일선에서 물러나면 어린이들을 위한 연날리기 강좌 등을 열어 전통 연 맥 잇기에 힘 쏟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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