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용 거제수필문학 회원

“엄마 밥 줘요.”

평소와 달리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막내아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응~ 엄마가 밥해 놓은 것 있지?…. 그리고 찌개 냉장고에 있으니까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고 가.”

잠결에 들리던 모자간의 대화에 살며시 눈을 떠 보니, 아들은 주섬주섬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한참을 지났을까, 시계를 보니 10시다.

“아니 언제 일어나 혼자 출근했지, 나도 좀 깨워주지 않고” 하며 방을 둘러보니 머리맡에 핸드백이 그대로 있었다.

“여보. 여보” 하고 소리 질러 보니 옆방에서 자다가 놀래서 나온다. 우리 내외는 시장 부근에서 조그만 국밥집 식당을 하고 있다. 가게 문을 닫고 집에 도착하여 집에 밀린 빨래와 청소를 하고 나면 새벽 1시쯤에 잠자리에 든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이고 보니 피로가 겹쳐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겨운 상황이다.

아내는 대충 세면을 하고 집을 나섰고 조금 뒤에 나도 따라 나왔다. 종업원보다 먼저 출근하려고 걸음을 재촉하였지만 종업원은 이미 와있었다. 주방에서 또닥또닥 파 써는 소리와 구수한 된장국 끓는 냄새로부터 오늘 하루 일과는 시작된다. 아침부터 메말랐던 대지를 적시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다. 커피를 한잔 들고 명상에 잠겨 본다. 나는 결혼을 하자마자 대우조선소에 취직을 했다.

매달 봉급이 통장으로 입금되면 아내는 봉급을 쪼개서 생활을 하고 남는 돈은 적금을 넣으며 미래를 설계하는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러나 직장 생활이 순탄치만은 안았다. 총무부서에서 열심히 해도 고졸 학력 때문에 밀리고 밑에 있던 하급자가 승진이 되는 현실을 참지 못해 끝내 사표를 내고 말았다.

그동안 모아왔던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조그만 식당을 아내와 같이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같이 경제가 어려운 때에 장사라는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하루도 물기가 마르지 않는 아내의 손을 어루만지며 미안하다고 말한 때도 있었다.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계속했다면 연봉도 많이 올랐을 것이고, 시간에 쫓기지도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며 아내는 편하게 생활할 텐데 라며 죄송한 마음이 든다.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다 끝내놓고 아침상을 차려 우리 셋은 앉았다.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하여 너무 궁금해 물어 보았다.

“아들 밥 먹고 갔소?”
“예, 처음엔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서 그냥 차려먹고 가라고 했는데 막내아들의 밥상을 차려주지 않으면 마음이 아프고 불편해서 도저히 그냥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먹여 보냈습니다”고 했다.

옆에 있던 종업원도 그게 엄마의 마음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순간 찡하고 감동이 북받쳐 올랐다.

막내는 중 3인데 유치원 다닐 때부터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늘 아침을 잘 챙겨주지 못한 탓에 체구도 작고 왜소해 부모로서는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이다.

그런데도 착하고 공부 잘하는 아들이 고맙고 대견스러워 엄마는 힘들어도 항상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밤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오시는 엄마를 생각해서 아침을 잘 챙겨먹던 막내아들이 오늘 아침에는 왜 ‘엄마 밥 줘요’라고 했을까. 사랑하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물어보고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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