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일이 지난 7월1일자로 지났지만 법 개정 논란이 일면서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법 취지대로 당장 시행해야 한다는 쪽과 ‘비정규직의 대량 실업’을 명분으로 일정기간 유예를 주장하는 쪽이 한 치의 양보없이 맞물리고 있는 형국이다.

“계약기간 2년이 지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이를 위해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게 법의 당장 시행을 주장하는 논리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준비가 안돼있고 노동의 유연성이 경직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서는 안되며 따라서 기업은 해고를 우선 택할 수 밖에 없기에 대량 해고 사태가 발생한다”는게 법 시행의 유예를 주장하는 논리다.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조금 더 지켜보자. 거제의 경우 역시 이 와중에 마음을 졸이며 일자리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는 비정규직들이 수 천명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다.

양대 조선을 비롯, 거제시청, 각 급 종합병원, 대형 마트, 농, 수, 축협 등 곳곳에 비정규직이란 이름으로 그들의 경제, 사회적 조건을 규정 지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는 분명 있어야 한다. ‘정규직 전환’, ‘무기계약’ 등으로 일자리를 유지시켜주는 전향적 기업들도 있다. 그러나 법에서 정하고 있듯 ‘해고’란 수단이 앞 설 가능성이 훨씬 크다. 중소기업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공동체의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각설하고 거제의 비정규직 담론을 시작하자

거제의 비정규직은 그 포섭하는 법위가 훨씬 넓고 다양하다. 위에서 든 비정규직의 논란은 ‘일자리 유지’에 중점을 둔 ‘근로 기간’의 문제로만 국한된 측면이 있다.

이는 부분적이다.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사회 구성원들은 ‘일자리’자체 뿐 아니라 내용, 혜택, 조건에 있어 ‘차별 받는 계층’으로 상징이 돼버렸다.

21세기 대한민국, 거제의 현 주소다. 따라서 이에대한 부분까지 포섭하지 못하면 비정규직 해법은 단면으로 그칠 수밖에 없고 비정규직이란 이름의 갈등구조는 두고 두고 공동체를 갉아 먹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거제의 경우 특히 그렇다. 거제 양대 조선협력업체 종사자들은 스스로를 ‘비정규직’이라 스스럼없이 부른다. 같은 라인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복지, 근로조건 등에 있어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

혹자는 이를 '직영'이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은 이를 인정하고 있다.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반감이 크고 패배감을 깊이 느끼기도 한다.

회사측은 “이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다.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차별은 없다”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그러나 “이들도 엄연한 원청회사의 비정규직이다”고 주장한다. 학문적으로, 법, 제도적으로 좀 더 치밀하게 연구돼야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직영이냐 아니냐에 따라 주어지는 다양한 차별적 조건이  특히 핵심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인식과 현실은 어김없이  ‘이들은 비정규직이다’. 진단과 처방이 여기서 당연히 시작돼야한다.

양대조선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숫자는 2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의 가족까지 합하면 8만여명에 이르는 우리 이웃들이 ‘비정규직’(협력사 직원)이란 이름으로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심한 상실감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직영이니? 우리 아빠는 직영이야”는 식으로 이어지는 학교에서의 교사와 아이들의 대화, “(남)00조선 다닙니다. (여)그렇다면 직영인가요 협력업첸가요.. (남)....저... (여) 저녁 잘 먹었습니다”식으로 이어지는 맞선 장소에서의 대화.

분명한 거제의 현실이다.

직장에서 가장이 비정규직이면 마누라, 자식까지 비정규직 덧칠을 당한다. 군대의 계급사회처럼.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 받는 현실이 이 곳 거제에 없다”고 그 어느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쉽지 않은 문제다. 비용과 노동유연성을 고려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해양의 임단협 안 중에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휴가기간 확대’라는 내용이 있다. 노조가 협력업체 종사자들의 복지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협력업체 종사자들을 노조는 ‘비정규직’으로 인식하고 있고 이를 안아갈 수 있는 그 일단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조가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맥이 또한 통하기도 한 때문이다.

누구나 최상의 삶의 조건을 추구한다. 그러나 모두가 그 삶을 구가할 수는 없다. 구분되어지고, 차이가 나고, 다른 방식과 수준의 삶을 영위해 가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다. 사회적 존재 논리이기도 하다. 획일화, 기계적 평등이 오히려 반 사회적이다.

그러나 같은 조건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 심지어는 더 험한 일을 하면서도 단지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이것이 한 사람의 삶적 건강성을 훼손하는데까지 미친다면 이는 이미 사회적 문제가 돼버린다.

거제의 조선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그렇다. 사회적 문제는 법, 제도, 정책, 그리고 그 구성인자들 특히 회사, 노조, 비정규직 자신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한다. 비정규직 그들 스스로는 그들의 권리를 지켜낼 무기가 없고 조직적 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보호법 논란의 와중에 거제지역 조선협력업체 종사자들의 현실도 분명 한번 쯤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모두가 잘 사는 거제, 건강한 삶의 권리가 비합리적 요인으로 차단당하지 않는 거제, 그래서 모두가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행복한 거제를 위해 거쳐야할 단계임이 분명하다. 담론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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