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중요한 병리관 중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잘 소통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이라는 것이 있다.

즉, 막히고 고이면 병이 된다는 것. 우리 몸은 경락이라는 기혈의 운행 통로가 그물처럼 짜여져 연결되어 있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12경맥은 안으로 장부에 속해 있고, 밖으로는 사지와 관절에 연결된다’고 한 것은 경락이 인체의 모든 부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주는 하나의 연결망이라는 의미다.

기(氣)는 경락을 따라 쉼 없이 우리 인체를 순행하는데 이것이 계곡의 물이 흐르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질병은 마치 장애물이 있어 물이 흐르지 못하게 된 것과 같고, 치료라는 것은 그 막힌 것을 열어서 소통시키는 것으로 본다. 이렇게 막혀서 병을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어혈(瘀血)이다.

그 중 경맥(經脈) 밖으로 넘쳐 주변에 고여 오래된 것을 악혈(惡血)이라 하고 혈행의 운행이 원활치 않아 경맥 안이나 장부에 정체된 것은 축혈(蓄血)이라 하는데, 모두 어혈에 속한다.

즉, 우리 몸에서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노폐물이 밖으로 잘 배설되지 못하여 쌓이거나 장부의 손상으로 인해 순환이 떨어져 생겨나는 여러 가지 어체물(瘀滯物)을 많이 함유하는 혈액이 어혈이다.

어혈의 발생 원인으로 첫째는 칠정손상(七情損傷), 즉 정신적 스트레스이다. 여러 가지 과도한 감정으로 인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막혀서 어혈이 생긴다.

둘째는 피로 누적과 음식상인데 어긋난 생활습관과 적절치 못한 식이태도로 인해 어혈이 형성된다. 셋째는 외감(外感)으로 기온, 습도, 열기 등의 외부 조건으로 인해 몸이 상하면 어혈이 생긴다.

어혈이 있으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1. 신체각 부위에 나타나는 어혈 증상

두통이 있거나, 머리가 맑지 않고 자주 어지럽다. 얼굴에 기미나 점이 잘 생기거나 얼굴색이 검어진다. 이명(耳鳴)이 발생한다. 충혈이 잘되거나 눈이 침침해진다.

대개 입이 마르고 물로 입가심을 자주 하지만, 물을 마시고 싶어 하거나 갈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입술, 혀, 잇몸, 손바닥, 손톱이 암적색을 띤다.

목덜미나 어깨가 잘 뭉친다. 상열감이 있고, 간헐적으로 가슴이 조이거나 흉통을 느낀다. 등쪽 통증이 특히 견갑골 근처로 자주 발생한다. 하복부의 불편감, 팽만감을 호소하거나 아랫배에 살이 잘 찌며 잘 안 빠진다.

2. 전신적으로 나타나는 어혈 증상

불면증 혹은 기면증(계속 졸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쉽게 피곤해진다.  피부나 점막에 자줏빛 반점이나 푸른 핏대가 보이거나 피부가 거칠어지고 멍이 잘 든다. 또한 피부에 혈관이 붉어져 올라 튀어 나온 경우가 있다.

여성의 경우 월경불순이나 생리통이 심하다. 손발이 저리거나 쥐가 잘 난다. 변비가 있거나 흑색에 가까운 대변을 본다. 코피, 자궁출혈, 토혈, 객혈, 혈뇨, 대변출혈 등의 출혈증상이 자주 나타난다.


3. 정신 심리적으로 나타나는 어혈 증상

기억력 저하, 건망증, 심한 경우 학습장애를 가져온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불안, 초조해서 짜증을 잘 내거나 신경과민이 된다.

위에서 보듯이 어혈로 인한 증상은 그것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또 증상이 평범하지 않기에 ‘괴병(怪病)은 반드시 어혈이 원인이다’라는 말도 있다.

어혈의 치료에 대해서는 몸을 보(補)해 추스른 후 몸 스스로가 어혈을 몰아내는 방법, 어혈을 직접 공격하는 방법 및 몸을 보하는 방법을 때에 맞춰 어혈을 없애는 방법이 있다.

주의할 것은 어혈을 무조건적으로 직접 없애는 방법을 사용하다가는 어혈을 없애기 전에 사람의 건강이 먼저 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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