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녹원 칼럼위원

“책임져야 할 죄목들은 아직 남아있는데, 책임질 사람들은 다 도망가 버렸네!”

옛날에 뭐든지 금방 잊어 버리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이 얼마나 잘 잊어버리는 사람인지 팔이 뒤로 가서 담뱃대가 안 보이면 “어, 담뱃대 없네!”하고, 팔이 앞으로 오면 “아, 여기 있구나!” 하면서 걸음을 걸을 정도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 어떤 스님과 뭐든지 잊어버리는 사람이 주막에 머물게 되었는데, 스님이 이 사람을 한 번 놀려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사람이 세상 모르게 자는 사이에, 머리를 박박  깎아 놓고 스님이 입고 있던 옷도 입히고 손에는 목탁을 들려 놓고는 먼저 가 버렸다.

뭐든지 잊어 버리는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자기 모습을 보더니 “어, 스님은 여기 있는데 나는 어디 갔나? 스님을 혼자 놔 두고 내가 도망가 버렸네.” 하면서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여러 언론 매체에서 보도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보면서 잠시 이 옛날 이야기가 생각난다.

KBS나 MBC 할 것 없이 참여정부(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광우병 촛불시위나 친노 성향의 방송보도를 만회하기 위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 고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과의 비리 의혹을 연일 보도를 해 오던 것을 한꺼번에 현 정권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뉘앙스로 보도하고 있다.

또한 고(故)노무현 대통령 자녀에게 돈이 흘러간 증거가 이미 검찰에서 확보가 되었다고 밝혔고, 많은 측근들이 뇌물을 받은 사실로 구속수감되었음에도 고인은 그것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법의 심판과 국민의 심판을 외면하고 말았는데 왜 그런 내용은 서거 이후에는 찾아볼 수가 없고, 검찰총장을 경질하니 민주당에서는 책임 추궁을 한다는 등 고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회피에 대한 것은 더 이상 말하지 않을까! 민주당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탈노무현 노선이 아니었는가? 난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 - 자기(自己) 논에만 물을 끌어넣는다는 뜻으로, ①자기(自己)의 이익(利益)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行動)함 ②또는 억지로 자기(自己)에게 이롭도록 꾀함을 이르는 말 ), 자가당착(自家撞着 - 자기(自己)의 언행(言行)이 전후(前後) 모순(矛盾)되어 일치(一致)하지 않음 )이라 했던가! 참 자기 유리한대로 잘도 갖다 붙인다. 민주당은 뭐고, 언론은 뭐고, 또 책임을 회피한 사람들은 뭔가?

“책임져야 할 죄목들은 아직 남아있는데, 책임질 사람들은 다 도망가 버렸네!”  

담뱃대 보이면 안심하고, 담뱃대 없으면 또 찾고, 마음 편하게 사는 방법은 언론이  보여주는대로 그냥 그렇게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지 뭐 숨은 그림을 찾는다고 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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