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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울고 간 뒤허물을 벗어내니바다는 예나 제나청청(淸淸)히 말이 없고쫙 펴진모래사장 너머섬들이 왔다가네.바다 곁 하얀 모래둘러보니 청청(靑靑)병풍(屛風)바다도 산들도 집들도 어깨 곁고내 마음고깃배 따라한 폭 그림 그리고 있네.※ 매미 - 2003년 와현항을 휩쓸었던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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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7.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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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이 사랑을 이루어사나흘 지나꽃잎이 떨어지고주먹만한 애호박이 열리면달전을 부친다도톰하게 썰어반달도 만들고보름달도 만들고튀김가루 팍신 묻혀들기름 두르고노릇노릇 지져내면달전이 된다반달로 뜨고보름달로 뜨고만년에 부실하던 치아로도맛나게 드시던 어머니반달이 뜨고보름달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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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7.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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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곳은 분명저 밤하늘의 은하수를 본떠서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 틀림없어견우와 직녀가 만나 사랑의 징표로은하수의 소금을 우주에다 흩뿌리고그리하여 생겨난 수많은 별들이저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걸 거야그 별이 내린 학동 몽돌해변에젊은 남녀가 밤바다를 향해물수제비를 뜨고 있었다"하나, 두울, 셋애개! 징검다리별이잖아하나, 두울, 셋…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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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7.0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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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하늘끝자락에저녁노을 꽃 필 때초가집 돌담 아래흙 마당은 방이 되고아버지가 짜서 만든멍석은 요가되어그 위에 누우면아버지 땀 냄새어머니 사분 냄새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초가집 굴뚝 연기가 그립다옆집 여드름 누나가 보고 싶고실개천 송사리떼구릉논 개구리 소리뒷산 부엉이 울음 소리가 그리워지는어스름 저녁돌담집 짝사랑단발머리 순이가 보고 싶고처마밑에 바둑이외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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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6.2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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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줄기 선한 바람이고 싶다숲을 지나내 가슴에 그리움의 불씨 하나 묻어놓고가로수 목배일 고운 얼굴에 입맞추고땀에 저린 푸른 숲을 흔들더니사색에 잠긴 쪽빛 바다 사뿐히 앉아자진모리 중모리휘모리로 굿 한 판 멋지게 벌려 놓고곱게 물든 서쪽 하늘호수에 올라선홍빛 불을 지르고 고이 숨을 거둔다꽃이 피고 지듯이우리도 한줄기 바람인 것을겨울이 오면 떠나야 하는한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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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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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덮인 장평호숫가불빛들 내려 꽂혀 성긴 울타리를 치면작은 밤배 하나 울타리를 헤젓고호수에 빠진 밤이 외로운 파동으로 뛸 때어둠속에서 까만 눈동자 가물거리면유혹하는 슬픔이 저만치서 다가오고박동멈춘 심장에선 맥류만 흐른다나더러 왜 매일 호수를 찾으냐고 물으면황홀하게 명멸하는 도시의 불빛에 취해서가 아니라보는 이 없이도 도시가 밤새 떨어뜨린환락의 불빛들 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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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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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간다무엇이 그리 바쁜지사계四季를 몰고서어느 한 곳에 마음 정하지 못해고요하지 못했던 삶 아쉬움 깊은데,어느새그 많은 나이테를 남긴 채세월이 간다내 온 이유도, 가고 있는 이유도 모르면서무지한 생명 스스로 번뇌를 만들다가그 어떤 복운에 묘법妙法을 만나니이제는 가벼이 흐르지 않는 세월,앞으로 남은 아직도 많은 날들파도는 끝없이 덮쳐오지만오늘도 삶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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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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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 삶 속에하루는 너무 짧디 짧고당신들을 위한 작은 배려는내 삶의 부분인데오늘도한아름 베풀수 없어 한탄하지만타오르는 열정은 쉼없이 이어집니다어두운 골목길에 등불을 피우고흙먼지 가득한앵두나무 우물가엔덮게를 달아주어아프게 살아온 연륜에밭고랑처럼 깊게 패인 주름살은삶의 훈장으로 대신하고시련을 즐기는 나그네 여로처럼짧디 짧은 내 하루 삶을당신들을 위해불꽃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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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5.3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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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삼십 단을 이고시장에 간 우리 엄마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엄마 안오시네, 배추잎 같은발소리 타박타박안들리네, 어둡고 무서워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아주 먼 옛날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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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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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허물어진, 여기저기크고 작게 못질을 한다바르고 곧은 것들만 골라모진 세상 사방에자꾸 못질을 한다나에게는 나의 운명이못 뒤에는 몇 개의 못들이 박히고상처 난 자리 떼우듯군데군데 못질을 하노라면무수히 박혀되아무는 상처의 어디지은 죄 얼굴 가리고 숨어 있다목수(木手)여생전(生前)에 박아 두었던못 하나 빼어 들고지은 죄, 지은 죄라며우리의 죄 위에도 못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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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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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밤기도는길고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가만히 눈뜨는 건믿을 수 없을 만치의축원갓 피어난 빛으로만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환 영혼의내 사람아쓸쓸히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아직지 못 가져본너그러운 사랑너를 위하여나 살거니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나의 사람아눈이 내리는먼 하늘에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오직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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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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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사랑이앞서거니 뒷서거니서로를 돌아보며 안스러워 하며 걸어가네중년의 사랑이 걸어가네두손 꼭 잡고 누가 볼세라쑥스러워 두리번 거리며 걸어가네청춘의 사랑이 걸어가네두어깨 맞잡고 당당하게사랑을 속삭이며 걸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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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5.0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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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섬 거제에메랄드 빛으로 출렁인다거제의 바다가걸으면 육지이고 타면은 섬인가어두움의 적막은 흐르고별빛도 흐르는 데달빛 내리는 대교 월광이 아름답구나수평선 하늘 떠 받들고칠백리 굽이굽이 찬란한 햇빛거제에 내리는 축복입니다십자굴 남국이 울렁이는 외도마파람 놉새바람에 젖어오는동백꽃 향기 향기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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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4.26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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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은 도시의 건물 사이로한 뼘 하늘 열어 놓고푸른 하늘 좁은 곳에늘 그리움 그려두고 삽니다세월이 지친 얼굴주름진 눈 섶에 덮이고돈짝만한 세상을 내다보고파란하늘을 그립니다건물 사이로 비집고 든아침 햇살이 잠시 머문눈부신 태양의 광채에그리운 이 더욱 찬란합니다비좁은 도시의 건물 사이로비집고 드는 삶의 그리움한 뼘 하늘에 늘 그리는파란 가슴하나 그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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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4.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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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양지언덕눈부신 햇살이금빛은빛으로 살포시내게로 오는 봄여린 가지 끝마다따사로운 봄 햇살에유두처럼 피어나는봄 꽃 그윽한 향기오래오래내 곁에 머물다벌 나비 노래듣고산허리 노을 넘어속절없이 달려오는여름앞에내 마음뜨겁게 익어가는 날대지의 작은 숨구멍으로 숨어긴 겨울잠에 빠져내년 봄 환호하며땅속아우성 소리함께연두 빛초록꽃 물결을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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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신문
2010.04.12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