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민주평통 사무처장

천안함 사태의 후속조처를 보고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친다."라고 비평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러나 천안함 사태는 비유처럼 무엇을 잃은 것이 아니다. 그 실체가 무엇이든 우리사회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무엇이 들어와 박히고, 폭발한 것이다. 잃었다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 것이요, 그 아픔이 너무 크기에 차라리 잃은 것으로 치부하며 외면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를 산에 묻고, 부모는 자식을 가슴에 묻는다." 라는 말처럼 우리는 천안함 사태를 가슴에 묻을 수밖에 없으며, 묻어야 한다. 그리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 우리의 내부를 치열하게 들여다 봐야한다.

14일 청계광장에서 국민대회가 열렸다. 대부분 60세를 넘긴 역전의 용사들이 벽장 속의 낡은 제복을 입고 참석하고 있다. 그분들 대부분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참석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대회장에 오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불편할 수도 있는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데 무엇이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애국심, 전우를 다시 만나는 즐거움, 스스로 혼자가 아니라는 연대의식 등 복합적 동기가 작용했으리라.

여기에 우리사회를 진단하는 기준과 해법의 일단이 있다고 생각해보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누구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기를 원할 것이다. 이와 같이 가족도, 사회도, 국가도 그 구성단위를 단순히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보다는 서로가 마음의 끈을 이어가며 함께하는 과정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념으로, 이익으로, 함께하는 마음의 끈이 끊어져가고 있다. 이 점이 바로 우리사회의 위기다.

사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 평화, 통일은 수단이자 과정이다. 대한민국이, 더 넘어서 한민족이 조화를 이루며 마음의 끈을 더 견고하게 이어가며 상생, 번영으로 가는 강력하고 합리적인 수단일 뿐이다. 그러나 이를 도그마한 세력은 끊임없이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의 끈을 잘라내고, 파괴하는데 주력해왔다.

천안함 사태는 이러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우리사회가 구성원간의 마음의 결속이 없으면 얼마나 취약한지를 단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대부분 인간의 강력한 행동동기는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키는 일이다. 이 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가정이 안보라는 측면에서 얼마나 불안정한 기반위에 있는가를 확인할 때다.

그리고 가족 간의 마음의 끈이 얼마나 느슨한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도 국가차원의 어떠한 조처보다 가정부터, 사회단위로 서로를 지키고 마음의 끈을 이어가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어린이, 어버이, 스승의 날로 이어지는 가정의 달 5월에 천안함 사태의 유족들은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에, 아니 영혼에 묻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도 이들처럼 조용하지만 단호하고 견고한 마음의 끈을 묶어야한다.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띠지도 않고 스스로 자랑하지도 않지만 손에 낀 소박한 결혼반지가 평생의 사랑을 표현하듯이 우리도 우리사회를 분열시키려는 세력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또 가족의 끈을 국가의 끈을 확인한다는 상징으로 '스테인리스 실반지'라도 아니면 손목에 가느다란 매듭 하나라도 스스로 묶고, 묶어주는 운동이 필요한 때다. 이른바 '가족보호의 반지' '국가안보의 매듭'으로 부르게 될 상징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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