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송자

나 한줄기 선한 바람이고 싶다

숲을 지나
내 가슴에 그리움의 불씨 하나 묻어놓고
가로수 목배일 고운 얼굴에 입맞추고
땀에 저린 푸른 숲을 흔들더니
사색에 잠긴 쪽빛 바다 사뿐히 앉아

자진모리 중모리
휘모리로 굿 한 판 멋지게 벌려 놓고
곱게 물든 서쪽 하늘호수에 올라
선홍빛 불을 지르고 고이 숨을 거둔다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도 한줄기 바람인 것을
겨울이 오면 떠나야 하는
한줄기 선한 바람인 것을

묵정밭에 단 한송이 꽃이라도 피우고
떠나는 그런 선한 바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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