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④-산촌만간척지, 관광개발의 가능성을 엿본다]생태관광, 타 지자체들의 노력은 ③

경포가시연습지, 바다와 강 만나는 독특한 생태계 활용해 관광객 유혹
파주시, 군사보호시설 91% 어려움에도 한국형 10대 생태관광지 지정
▲ 강릉 경포가시연습지

국내 최대 생태탐방 학습장인 강원도 강릉시 경포가시연습지는 3년 전 50여년 만에 땅속에 묻혀 있던 가시연꽃의 기지개로 활황을 맞았다.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가시연을 깃대종으로 선정한 경포가시연습지는 수천 년 동안 바다와 강이 만나 독특한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고 2012년 모양새를 갖추면서 생태탐방 관광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0년대 초 물의 순환과 바닷물과의 단절 등으로 물 흐름이 막혀 악취와 물고기 집단 폐사 등 생태환경에 어려움을 겪던 곳이 주말 평균 탐방객 3000명 이상이 찾는 곳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경포석호와 습지의 복원을 위해 지역 전문가·NGO·지역주민 및 공무원이 참여하는 '경포습지복원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다양한 토론과 협의로 'UNESCO MAB(UNESCO Man And the Biosphere)'이라는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 개념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가시연습지를 구역별 성격에 맞게 관리하는 중이다. 생물다양성과 서식 공간 확보를 위해 하중도를 비롯한 인간의 간섭이 없는 자연적인 서식처를 마련하는 '핵심구역', 습지에서 최소한의 생태교육프로그램과 체험을 위해 개방수역 등 수변부의 '완충구역', 탐방 및 체험프로그램 운영 등 이용이 가능한 탐방로의 '전이구역' 등 세 구역이다.

가시연습지의 성공에 이어 강릉시는 경포호수 인근의 경포천·사천천·순포호 등도 생태호수로 조성해 국내 최대 생태탐방 습지 명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습지 주변에는 경포대와 해운정·선교장과 허난설헌 생가 등 문화유산도 함께 돌아볼 수 있어, 관광 인프라 구축을 습지조성과 함께 해야 하는 타 지자체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다.

경포가시연습지 입구에는 방문자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3~12월 10개월 동안은 습지해설사와 자연환경해설사를 요일별로 상주시켜 방문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해설사들은 석호의 생성, 습지의 기능, 가시연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 등에 대해 설명 하고 습지 주변 관광지까지 겸해 알려주고 있다. 사전예약제로 실시하고 있지만 사전 신청을 하지 않은 관광객들을 위해 현장에서 간단한 생태해설도 들을 수 있게 해놓은 상태다.

현재는 무료로 운영되고 있지만 지역민 소득창출과 특별한 탐방을 위해 내년에 열릴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일부 구간 유료화 방안도 계획 중에 있다.

강릉시 녹색성장과 박효재 담당은 "습지를 정비한지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조성 이후 경포호 주변 생태계가 점차 변화하는 게 눈에 보인다"며 "하드웨어 구축이 끝났으니 소프트웨어에 집중과 선택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계획은 장기적으로, 실행은 단기적으로

▲ 강릉 경포가시연습지

강릉시에서 경포가시연습지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은 2000년대 초.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 2009년이 되기까지 예전 경포호의 모습을 원형복원하기 위한 노력과 인근 주민들의 설득작업이 지속적으로 필요했다.

주민들은 악취와 물고기 폐사를 막기 위한 정비 사업에는 동의했지만 습지 관광조성에는 비협조적이었다. 이에 당초 약 160만㎡의 면적을 복원하려던 강릉시의 계획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주민 설득작업을 통한 이전으로의 복원을 추진 중에 있다. 인근 주민들 역시 찾는 관광객들이 점차적으로 증가하면서 주변 상권과 농가 수입에 도움이 되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효재 담당은 "시민·환경단체와 행정이 지속적으로 습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지금 당장의 개발보다 앞으로의 자연이 얼마나 이득이 될지를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매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정비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계획의 실행은 주민들의 설득작업이 끝나면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 계획이 잘 세워져있다면 실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 파주 DMZ생태공원

파주시, '개발 없는 개발'로 녹색관광지 발돋움

전체면적의 91%가 군사보호시설구역인 경기도 파주시는 천혜의 자연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덕분에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한국형 10대 생태관광지로 지정됐고, 2016년에는 생태녹색관광자원화 국고지원대상지 A등급을 받았다.

파주시 서부에 위치한 비무장지대(DMZ)는 국내 희귀 야생동·식물은 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화재가 산재한 곳이다.

2010년에 용역비 4억원 확보를 시작으로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개발 없는 개발'을 기본방향으로 개발계획을 확정했다.

생태자원의 보전과 복원을 위한 조사 및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 지역주민의 협력과 역량 강화 및 파주 DMZ와 연계한 상징성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생태자원 정비 및 복원에 4개 사업, 생태관광 프로그램 및 콘텐츠 개발에 7개 사업, 에코투어센터 조성 등 인프라 정비에 4개 사업, 지역역량강화에 4개 사업, 홍보 및 마케팅에 4개 사업, 특화축제 개최 등 주변지역 연계활성화에 3개 사업 등 총 6개 부문 26개 세부사업을 선정해 추진했다.

군사밀접지역이라 군 경계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관광객 출입에 따른 생태자원의 훼손 최소화 및 모니터링 등을 시행하고 있다. 총 11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오는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집행한다.

군부대 협의를 거쳐 조성된 관광프로그램은 지역민을 중심으로 한 생태관광협의회에서 운영해 나간다. 민통선지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생태 및 경관 자원의 특징을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테마를 설정하고 활동 거점과 도입 프로그램, 스토리텔링 및 이동수단 등을 차별화해 4계절 내내 다양한 체험을 만끽할 수 있게 했다.

파주시 이종호 생태관광팀장은 "타 지역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이점"이라며 "인근 주민들의 협력과 군부대 협의까지 거쳐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개발 없는 개발'이라는 모토가 행정과 주민들에 자리 잡혀 있어 서로에 대한 신뢰감으로 현재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한정된 공간에서 보다 많은 체험 프로그램과 테마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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