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산촌만간척지, 관광개발의 가능성을 엿본다]생태관광, 타 지자체들의 노력은②

전북 정읍시 월영습지, 지역민과 협의 통해 생태관광타운 조성협약 체결
전북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주민변화 이끌어 내며 생태관광마을로 도약
▲ 정읍시 월영습지
생태계의 현장을 보기 위해 올라가야 하는 높이 300m. 직선거리로는 채 3분도 되지않는 거리지만 산행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저 마을의 뒷산일 뿐이었던 이름도 없는 야산 정상에는 내륙습지가 형성돼 있었다.

산정상부 일대 계곡 사이의 분지에 형성된 저층형 산지습지로 폐농경지가 자연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식물군집이 변화돼서 복원된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야생 동·식물 276종이 서식하는 정읍 월영습지다.

전국에서 33번째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월영습지는 총 면적 74필지 37만4960㎡에 국유지는 채 2.3%밖에 되지 않는다. 97% 이상이 사유지인 것이다. 게다가 이 사유지의 절반 정도가 정읍시를 중심으로 이어져온 가문의 문중 땅이다.

생태적 가치가 높아 2011년 국립습지센터에서 시행한 전국 내륙습지 조사가 시작되면서 행정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 해 습지보전등급 평가결과 1등급인 절대보전등급을 받았다. 절대보전등급 지역으로 평가 받은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보전관리를 할 수 있도록 보호지역지정을 위해 2013년 5월부터 전북 정읍시가 움직였다.

지역주민 설명회를 수차례 개최하며 습지 보전의 가치에 대해 설파했지만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시 지역발전 장애 우려를 표하는 일부 주민으로 인해 쉽지 않았다.

정읍시 환경관리과 최규관 과장은 "당시 방치돼 있는 월영습지를 행정에서 관리해 생태 및 보전 가치를 지켜내는 게 급선무였다"며 "환경부와 정읍시, 마을주민들 간 의견서 제출을 몇 번이나 교환한 끝에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정과 주민 간 협의가 쉽지 않았다고 했지만 타 지자체보다 비교적 빠르게 다음 해인 2014년 7월 월영습지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자연친화적 최소 개발로 생태관광타운 연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지난달까지 매입된 부지는 전체 면적에서 40%에 불과하다. 전체 면적에서 50%를 갖고 있는 문중 땅 마을 주민들이 보호지역 지정은 찬성했지만 토지 매입을 통해 생태관광타운을 조성하려는 정읍시의 행정에 극구 반대해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정읍시와 문중 땅 주민들이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협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정읍시는 사업비 73억원을 들여 오는 2024년까지 월영습지를 연계한 내장호 일대에 생태관광타운을 조성하고 생태탐방연수원·내장수목원·자생식물원·단풍생태공원·워터파크를 잇는 생태·문화시설 조성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월영습지를 관리하는 새만금지방환경유역청(이하 새만금환경청)에서 교육과 관광 목적을 위한 최소한의 개발만 요구하고 있어 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새만금환경청은 '월영 습지 보호지역 보전계획'을 세워 올해부터 5년간 63억원을 투입해 월영습지를 보전·복원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생태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시설 및 관광객이 관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데크시설 설치만 승인하고 있다.

정읍시청은 새만금환경청과 보전계획을 이행하면서 습지 상반부는 '보전'에 치중하고 하반부는 생태관광타운과 연계하는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만금환경청과 협의 중이다.

최 과장은 "오는 10월께 정읍시에서 제2회 생태관광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때 월영습지를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까지 관광객이 찾아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지만 앞으로 생태습지하면 '월영습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고창 운곡람사르습지

생태와 관광이 어우러진 운곡람사르습지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전북 고창군은 생태관광이 특화된 지역이다. 특히 2011년 4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고창 운곡람사르습지는 면적만 1737㎡로 864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운곡습지가 위치한 고창군 아산면 운곡리 일원은 30년 전 원자력발전소 냉각수 공급을 위한 저수지가 조성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떠난 땅이다. 주민들이 지어놓은 폐농경지가 30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으면서 저층산지습지가 조성됐다. 국내에서 자연에 의한 습지복원 우수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인간이 간섭할수록 생태계는 파괴된다. 힐링을 위해 습지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고창군은 개발을 서두르지 않았다. 생태계를 최소한 훼손하는 범위 내에서 습지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는 산책길을 조성했다.

운곡습지 입구에서부터는 성인 여성 2명이 걸어가기에도 폭이 좁은 데크시설이 마련돼 있다. 고창군이 생태습지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생태관광 성공모델마을인 용계마을은 운곡습지 주변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으로 연간 1억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생태밥상과 생태탐방열차부터 저수지 조성으로 수난민이 됐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연 관광객 1만7500여명 가운데 약 15%만 생태체험을 하고 있어 관광객 확장이 현재 용계마을의 과제다.

이에 따라 고창군은 2018년까지 35억원을 들여 용계마을 일대에 친환경 숙박·휴게시설을 갖춰 생태체험과 더불어 체류할 수 있는 '에코촌'을 조성할 계획에 있다. 그리고 용계마을 주변 6개 마을에도 생태탐방로·생태관찰시설·생태체험교육장 등을 만들어 운곡습지가 고창군의 핵심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고창군청 생물권보전사업소 황민안 자연생태팀장은 "생태적 가치는 그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며 "고창의 보물을 잘 활용해 습지가 주는 혜택을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또 "생태관광이 지속가능해지려면 생태보전에 먼저 힘을 써야한다"며 "지역주민이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찾아주고 자긍심을 느끼면서 주민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같은 방향을 보고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 취재는 경상남도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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