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광 칼럼위원
김미광 칼럼위원

‘호르메시스(hormesis)란 다량이면 독성을 나타내는 물질이지만 작용원이 소량인 경우는 생체를 자극하여 생리학적으로 유익한 효과를 내게 한다는 뜻을 말한다. 이 용어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자극, 충격‘이란 뜻으로 호르몬과 같은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강영희, 『생명과학대사전』, 도서출판 여초, 2014. “방사선호르메시스효과”

쉽게 말하자면 해롭지 않은 수준의 가벼운 스트레스나 미량의 독소 등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인 방법으로 생명체에 자극을 주게 되면 면역기능 증진, 질병감소, 수명연장과 같은 생체기능에 유익한 효과를 주는 현상이다.

예를 들면, 방사선 피폭으로 백혈병이나 갑상선암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널리 알려졌지만 한편에서는 간암·유방암 등을 앓는 환자들이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을 쬐고 있다. 독의 대명사 비소는 소량이라도 노출되면 백혈병이나 피부암, 폐암에 걸릴 수 있지만 반도체, 발광다이오드를 제조하는데 사용되어지고, 2020년 9월 미국 FDA는 처음으로 비소 화합물을 백혈병 치료제로 승인하였다. 또한 채소를 섭취하게 되면 채소 속 다양한 파이토케미컬과 파이토알렉신이 신체에 미미한 독으로 작용하여 면역을 활성화하여 신체의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이 모든 것이 호르메시스 효과들이다.

나는 지금 호르메시스 효과가 인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가 하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호르메시스 효과가 사람의 마음에도 똑같은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하려고 서두를 꺼낸 것이다.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정신적인 상처와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나이가 적든, 나이가 많던 누구나 그 나이에서 맞닥뜨리는 정신적 고통과 어려움, 혹은 의도하지 않게 받은 상처들이 있다. 분명 상처와 트라우마, 고통은 정신적으로는 ‘독’ 일 수 있다. 사람의 영혼을 괴롭게 하고 피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을 내 영혼에 들어온 독으로 여기고 절망하며 삶을 파괴하는 독소로 사용할 것이냐, 아니면 이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 삶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지고 약으로 사용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하는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든지 고통과 방황과 어려움은 반드시 한밤중의 불청객처럼 찾아온다. 산 넘어 산이라고, 이 고난과 방황이 끝나면 봄볕 같이 따스하고 온화한 평안이 찾아오겠지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내가 겪어보니 눈앞에는 한층 더 높고 험준하고 더 고통스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럴 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꼭 호르메시스 효과를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절망적인 사건이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상처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그 속에서 방황하며 트라우마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이 짧은 생애에 얼마나 큰 시간 낭비이며 에너지 소비인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그 절망적이고 고통스런 일을 내 인생에서 축복으로,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독을 약으로 사용해보자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시도라도 해보라. 그 상처를 통해, 혹은 그 고통과 고난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야할지를 생각하고 그 비수 같은 독한 경험을 가슴에 품지 말고 나의 내면의 상처와 곯아 터진 부분을 도려내고 끊어내는 도구로 사용하시라는 말이다.  

‘외상 후 성장’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신체적인 손상 또는 생명에 대한 불안 등 정신적 충격을 수반하는 사고를 겪고 심적 외상을 받은 뒤, 그 사건과 자신의 생각과 삶에 대한 긍정적 변형을 가리킨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오랫동안 고통 받는 것 보다는 외상 후 성장이 훨씬 더 발전적이지 않은가? 고통에 머물러 있지 말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승화시키고 고통과 상처의 독이 내 삶에 파고들어 나를 죽이지 못하도록 독을 치유의 약으로 바꾸자. 

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중의 하나가 고통은 고통대로 받고, 상처는 상처대로 받으면서 그 속에서 교훈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책 「선악을 넘어서」라는 책에 있는 멋진 말 한 구절을 전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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