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열린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 공모 심의에서 탈락
2021년 4월 개편 때 신설된 '이해 당사국 이의제기'제도 발목
유네스코 위원회 휴회 이후 등재 추진 소홀했던 거제시 책임도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던 '한국전쟁기 포로 자원송환원칙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2021년 등재규정 개편과 거제시의 등재의지 부족 등으로 국내 문화재청 사전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신청 자체가 아예 무산됐다. 사진은 포로수용소 건설 당시 강제 징발문서. @최대윤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하던 '한국전쟁기 포로 자원송환원칙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2021년 등재규정 개편과 거제시의 등재의지 부족 등으로 국내 문화재청 사전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신청 자체가 아예 무산됐다. 사진은 포로수용소 건설 당시 강제 징발문서. @최대윤

거제포로수용소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무산됐다. 유네스코 신청은 커녕 사전 단계인 국내 문화재청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2021년 4월 개편으로 추가된 관련 규정중 이해 당사국 '이의제기' 제도가 거제시에 불리하게 적용된데다 2019년 이후 거제시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제시는 지난 2016년부터 '한국전쟁기 포로 자원송환원칙 관련 기록물(이하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발굴·수집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해왔다.

2015년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듬해인 2016년 거제시가 '세계기록유산 등재 타당성 용역'으로 포로수용소 기록물 3000여건을 발굴·수집하면서 본격적인 추진이 시작됐다.

이후 시는 2017년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를 만들고 전시회와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시는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국내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유네스코 기록유산에 등재 시키기 위해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보유한 해당 지역 및 국가와의 공동 등재를 추진했다.

하지만 거제포로수용소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2018년부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위원회가 열리지 않아 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이는 당시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 분담금 최대 납입국 중 하나인 일본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202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위원회가 재개됐으나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규정 개편에 이의 제기권이 도입됐다.

이 규정은 회원국에서 신청서 내용의 근거 또는 적격성이나 등재 기준에 대한 이의 신청이 있을 경우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또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시 국제자문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까지 당사자가 책임지는 부담까지 생겼다.

시에 따르면 시가 추진하는 포로수용소 기록물의 경우 유네스코 회원국인 북한과 중국이 이의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청도 포로수용소 기록물은 신중히 접근하더라도 북한과 중국의 이의 신청을 피하기 힘들고 합의도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와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휴전 상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전쟁 발발 및 전개가 이해 당사국의 역사적 해석과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거제시가 국내 심의를 거치지 않기 위해 추진했던 기록물 보유 지역 및 국가와의 공동 등재 추진 방식도 '이의 제기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다 신청 주체를 국가로 일원화하는 등 신청 조건을 강화한 것도 포로수용소 기록물 등재에 걸림돌이 됐다. 

제도 개편 전에는 개인이나 민간단체도 신청이 가능했지만 제도 개편 이후에는 신청 주체를 국가(문화재청)로 제한하고, 2년마다 국가별 2건으로 등재 건수를 한정했기 때문이다. 국내 심사를 거쳐 선정돼야만 등재신청이 가능해지면서 거제시가 수년간 준비해온 다국가 공동 등재 준비도 물거품이 됐다.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가 지난 4월26일 심의에서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등재 목록에서 제외시키고 산림청 산림녹화기록물과 제주평화재단 4·3기록물(재심의 대상)을 다음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후보로 선정한 것도 유네스코의 제도 개편과 적잖은 관계가 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위원회가 이의 제기권을 철회·변경하거나 남북관계 및 이념 갈등이 해소되기 전까지 포로수용소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포기 단계다.

포로수용소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국내 심사 탈락이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규정 개편에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2018년부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위원회 열리지 못했다는 이유 등으로 유네스코 기록유산 추진에 소홀했던 거제시 책임도 적잖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실제 거제시는 지난 2018년 12월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전쟁기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용역 최종보고회' 전까지 다양한 용역 등을 통해 관련 기록물을 수집한 것에 비해 최근 5년 동안 이렇다 할 등재 추진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유네스코 내부규정이 변경돼 남북관계나 이념 갈등이 해소되기 전에는 국내심사도 어려운데다 다국가 공동 등재가 어려워지면서 현재 거제시가 보유한 기록물 2건으로만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데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18일 프랑스에서 열린 제216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는 '4.19혁명'과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훈민정음(1997년) △조선왕조실록(1997년) △직지심체요절(2001년) △ 승정원일기(2001년) △조선왕조의궤(2007년) △해인사 대장경판과 제경판(2007년) △동의보감(2009년) △일성록(2011년) △5.18 관련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새마을운동기록물(2013년) △한국의 유교책판(2015년)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2015년)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2017년) △국채보상운동기록물(2017년) △조선통신사기록물(2017년) 등 16건을 포함해 모두 18건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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