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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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에 이어 흥남철수작전(작전명 크리스마스 카고)의 종착지 장승포항에 펼쳐진 '크리스마스의 기적' 평화이야기를 시작한다.

한국전쟁 중 유엔군의 비행기 기름을 실어 나르던 메르디스 빅토리호 화물운반선이 1950년 12월23일 토요일 오후 2시54분 피난민 1만4000명을 태우고 흥남부두를 출발해 12월25일 저녁 거제도 장승포항 인근에 도착했다.

12월26일 오전 9시15분 피난민들의 하선이 시작됐다. 파도는 잔잔하고 바람은 북서풍이며 날씨는 양호한 상태였지만 장승포항의 낮은 수심으로 인해 입항이 불가능했다. 항구 밖 1㎞ 지점에서 LST Q636호·LST BM8501호·장승포 어민들이 소형어선 수십 척으로 피난민들을 육지로 실어 날랐다는 것이 기록으로 전해진다.

배에서 내려 장승포항에 첫발을 디딘 피난민들의 회고를 종합해보면 "12월의 장승포항은 따뜻했고 겨울인데도 푸른 청보리밭이 펼쳐져 있어 70년이 지난 지금도 평화의 색은 청보리색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장승포의 어느 아주머니가 나눠준 물 한 바가지·주먹밥 두 개를 받아들곤 '살았다'는 감격에 눈물을 쏟았는데, 그때의 장승포항 주민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적인 회고였다.

메르디스 빅토리호는 흥남철수작전과 함께 단일 선적으로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배,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리며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지만 또다른 기적은 향해 3일간 5명의 새 생명의 탄생이었다.

선원들이 5명의 아이를 '김치 1~5'로 명명했고, 이중 거제에서 가축병원을 운영하는 김치5(이경필)는 실향민인 선친과 자신의 소망을 담아 평화상회·평화가축병원·평화식당 등 상호에 '평화'라는 단어를 넣어 평화의 소중함을 잊지 않으려 애쓴 흔적들이 보인다.

또 후손들이 기억해주길 소원하며 선친의 묘비에 함경도 주소를 새겨 넣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관에는 흥남철수작전 기념사업회에서 당시 흥남철수작전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거제시흥남철수작전기념비'를 건립하기도 했다.

그리고 거제시는 장승포항에 흥남철수작전 기념관 건립을 추진중에 있다. 장승포항을 평화의 항구로 만들고자 노력중인 것이다. 영국은 '덩케르크 전투' 이후 위기에 처할 때마다 '덩케르크 정신'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장진호전투와 흥남철수작전, 인류애의 실천 장승포항의 평화정신이 있다. 전쟁사에서 군인과 피난민을 함께 탈출시킨 이보다 더 위대한 인도주의적 작전은 역사상 찾아보기 힘들다.

장진호전투와 흥남철수작전이 갖는 전술적 가치도 연구되고 발전돼야 하겠지만, 두 작전이 기여한 한반도 평화의 가치와 장승포항의 재발견, 인류애와 인도주의적 가치 또한 연구 발전돼 이젠 '흥남철수작전의 정신'과 장승포항의 평화를 이야기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진호전투 평가에 대한 연구와 흥남철수작전의 인도주의적 결실인 장승포항의 당시 상황을 기록하고 보존·발굴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얼마전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제작됐던 것처럼, 장승포항을 중심으로 한 다큐멘터리 제작과 영화·뮤지컬 등의 제작 보급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우선 거제시가 추진하고 있는 흥남철수작전 기념관 건립을 위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신문인 거제신문에서 추진하고 있는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 같은 문화 행사들이 전후 세대들과 청소년들의 눈높이에서 다양하게 펼쳐져야 한다. 장진호전투 전사연구 심포지엄과 같은 행사 유치와 세계평화포럼 개최를 위한 위원회 구성 등도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흥남철수작전을 수행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작고한 '레너드 라루' 메르디스 빅토리호 선장의 회고록을 소개한다.

"한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손을 흔들며 우리를 향한 그들의 얼굴 표정에는 깊은 감사의 빛이 역력했다. 함교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나의 가슴은 깊은 감동으로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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