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되지 않은 구충제 효능정보로 사재기 발생
시보건소, 20~30년 전부터 구충제 복용 필요성 사라져

약국에 시판중인 구충제들.
약국에 시판중인 구충제들.

A씨(53·수양동)는 평소 생식·샐러드 등 야채를 즐겨 먹어 봄·가을이면 꼭 구충제를 챙겨 먹는다. 하지만 지난 16일 고현시내 10여개 약국을 돌아다녔으나 구충제를 구할 수 없었다.

기생충을 없애는 약인 구충제가 최근 항바이러스·항암·비염 등 여러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SNS·유튜브 등을 통해 퍼졌다.

또 얼마전 구충제 '이버멕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가 있다는 호주 한 연구소의 발표에 의해 시민 혼란을 더 초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구충제는 임상실험이 진행되지 않아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확실한 정보를 믿는 사람들이 약국에서 한꺼번에 구충제 여러 알을 구매해 시중에 구충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고현 B약국의 한 약사는 "작년 연말부터 여러 효과가 있다는 정보를 접한 고객들이 구충제를 많이 찾았다. 한 손님은 백 개가 넘는 구충제를 사가기도 했다"며 "제약회사에서의 공급은 적은데 수요가 많아 재고가 바닥난 지 두 달이 넘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호주의 한 연구단체가 '이버멕틴'이라는 구충제를 가지고 치른 실험이 화제에 올랐다. 세포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이버멕틴을 주입하자 48시간 후 바이러스성 물질이 모두 소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험실에서 이뤄진 '세포실험' 결과에 불과하며 동물이나 사람 대상의 임상실험이 아닌 만큼 검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구충제의 경우 흡수율이 낮으니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서 임상시험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현 C약국의 약사는 "1년 전부터 구충제가 항암에 효과가 있다, 비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 돌아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SNS상에 떠돌고 있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세포단계에서의 연구 결과일 뿐이고 실제로 임상연구를 거치지 않아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전국에 구충제가 동이 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구충제가 들어오더라도 금방 동이난다"고 말했다.

거제시보건소 정기만 소장은 "20~30년 전부터 인분을 비료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기생충의 라이프사이클이 끊어져 거의 박멸됐다"며 "현재 민물 생선회로 감염될 수 있는 디스토마균을 제외한 기생충 감염 우려는 사라져 구충제를 필수로 복용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충약과 관련해서 항간에 나오는 효능은 검증되지 않았으며 모든 약은 간 독성이 있으니 오남용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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