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복잡한 세균 이름은 대부분 생소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밀한, 어딘선가 여러번 들어본듯한 세균이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가 그 주인공인데 유제품을 제조하는 모 회사의 광고가 이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수 있겠다. 헬리코박터균은 길이 3.5㎍(마이크로그램), 넓이 0.5~1.0㎍ 가량의 크기로 4~6개의 편모를 가진 외계 생명체 같은 형체를 띄고 있다.
다른 세균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자 특징은 대부분의 세균이 위 속에서는 강력한 위산으로 인해 사멸하는데 반해 이 헬리코박터 균은 위의 점막과 점액층 사이에 위치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타액과 위액의 요소(urea)를 요소가수분해효소(urease)를 이용하여 암모니아로 분해하는데 이러한 방법으로 위산을 중화시키며 스스로를 지킨다.
이 균은 급 만성 위염·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위십이지장 궤양·위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암인자로 구분하였는데 여러 보고에 따르면 위암의 발생 위험도를 약 3.8배 가량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인구의 약 절반이 감염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감염률이 증가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에서 약 60% 가량이 감염돼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위암이 우리나라 남성 암발생률 1위, 여성 암발생률 3위(갑상선암 제외)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균 존재 유무가 반드시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므로 헬리코박터 및 상부위장관 연구학회에서는 다음의 경우에 해당하는 감염자에게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①위십이지장 궤양 ②변연부 B세포 림프종(MALT type) ③조기 위암에 대한 내시경 치료후.
제균 치료를 통해 위십이지장 궤양의 재발 억제, MALT 림프종 환자 60~80%에서의 완치, 조기 위암 치료후 암 발생 빈도 3분의 1 가량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수 있으나 이미 진행된 만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균 동정 검사는 내시경 진행시에 조직을 채취하여 요소분해효소 검사나 조직검사를 시행할수 있고 혈청항체 검사 및 대변 항원검사도 시행할수 있다. 대부분 편의상 내시경시 같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치료 후 확인 검사는 번거롭게 다시 내시경을 진행할 필요없이 간단하게 호흡 몇 번으로 확인할수 있다.
제균을 위해 1주간 항생제와 위산분비억제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약80% 가량의 제균 성공률을 보이며 실패할 경우 약제 및 기간을 조절하여 2차 치료를 시도하게 된다. 약물을 복용하며 설사나 피부질환, 금속성 입맛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수 있으나 대부분 큰 무리없이 치료를 끝낼수 있다.
위 건강에 대한 헬리코박터 균에 유해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균 동정 및 적절한 치료를 받음으로써 식생활의 1번지인 위 건강을 지킬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