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마리 중 6마리 폐사, 돌고래의 무덤 '오명'…시, 민간사업 관여 어려워

▲ 거제씨월드에서 최근 돌고래 6마리가 잇따라 폐사하면서 관광거제 이미지가 실추됐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철저한 조사와 동물학대 의혹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시는 민간사업체 경영에는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내 최초의 돌고래 테마파크를 표방하는 거제씨월드에서 최근 돌고래가 잇따라 폐사해 관광거제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제통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4월 개장한 거제씨월드는 개장 당시 일본산 큰돌고래 16마리와 러시아 흰돌고래 벨루가 4마리를 수입했다.

하지만 이듬해 1월과 2월에 일본산 큰돌고래 2마리가 폐사했고 지난해에는 2월·4월·5월에 각각 1마리씩 폐사해 수입 1여년만에 전체 돌고래의 25%인 5마리가 폐사하고 말았다. 또한 지난 1월에도 큰돌고래 1마리가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거제통영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돌고래의 무덤으로 전락한 씨월드는 돌고래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며 "자연과 생명을 담보로 한 거제시의 관광정책을 즉각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씨월드에서 폐사한 돌고래 6마리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동물학대 의혹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거제씨월드 측은 돌고래 폐사와 관련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개장 후 6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음에도 일반적인 관리만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거제씨월드 관계자는 "돌고래 폐사와 관련 언급할 말이 없다"면서도 "수질 및 돌고래의 건강상태 등을 꾸준히 관리해 오고 있지만 폐사와 관련해 특별한 대책은 취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는 돌고래 폐사와 관련한 대책의 필요성은 절감하지만 민간사업자의 경영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거제지역 관광활성화가 절실한 시점에 돌고래 폐사 소식은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뿐 아니라 관광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돌고래 폐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간자본을 유치해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돌고래 관리 등에 관해 시에서 관여할 권한이 없다. 씨월드 측과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거제씨월드가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이고 관광거제 이미지까지 타격을 입고 있지만 민간사업자의 자성을 요구하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동물학대에 대한 시민들의 성숙한 의견수렴이 가장 좋은 해답이라고 주문한다.

실제로 돌고래 수족관은 선진국일수록 동물학대를 비판하는 여론 때문에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야생에서 돌고래의 수명은 30~50년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1995~2012년 제주 퍼시픽랜드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평균 수명은 4.32년에 그쳤다. 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 중 14개국은 돌고래 수족관 운영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수족관 돌고래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이라는 주장은 독방에 감금한 죄수를 보여주고서 인류에 대해 알아보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며 "자연에서 실제 모습을 관찰하는 생태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씨월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돌고래 체험장이다. (주)차이나 오세아니스 필리핀이 설립한 (주)거제씨월드(대표 림치용)가 150억원을 들여 거제씨월드를 건립하고 30년간 운영한 후 거제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이 조건으로 거제시는 건립부지 8000㎡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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