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창일 편집국장
광역·기초를 막론하고 현재 전국의 지방의회는 후반기 원구성을 위한 각 정당 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후반기 원구성에 대한 상호간의 약속에 따른 이행문제 등 갖가지 정치적인 사안으로 중앙정치권에 버금가는 눈치싸움과 감투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의회 의원들이 후반기 원구성도 의정활동의 일환임을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여야는 물론, 같은 당 의원끼리 심각한 갈등과 마찰을 빚는가 하면 당내 합의를 파기하고 상대 당과 공조해 결과를 뒤집는 '반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한 충북 단양군의회의 경우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전반기 원구성 때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종시의회도 의장 선출을 놓고 정당 내 갈등이 이어지며 향후 의회 운영에 험로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후반기 의장이 다른 당 의원들의 도움으로 의장에 당선되는 등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대전시의회의 경우 당론인 의총결과에 불복하고 출마한 의원이 다른 당의 표를 등에 업고 의장에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소속 당에서는 관련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는 등 의장 선출을 둘러싼 후폭풍이 예고된 상황이다.

이는 거제시의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과 7일 이틀간 실시된 후반기 원구성은 잡음과 갈등으로 점철되다시피 했다. 야합·배신·감투싸움 등 후반기 의장단 선출을 둘러싼 반목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상임위원장 선거가 문제시 되고 있지만 문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의장 선거라는 것이 대부분의 시각이다.

지방의회의 수장인 의장이 되면 여러 가지 특전이 주어지는데다 지역사회에서 갖는 위상도 평의원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기초의회 의장은 관용차와 수행비서·기사·비서실 직원·업무추진비 등의 특전이 주어진다. 의전서열도 기초자치단체장 다음이다.

또 공직사회나 지역사회에서 자치단체장에 버금갈 정도로 소위 '말 빨'이 먹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 볼만한 감투다.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의회의 수장이기에 이 정도 의전은 필요하겠지만 수장이 되기 위한 목적과 방법이 잘못됐다면 그들을 뽑아준 주민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의장선출을 놓고 갈등을 겪는 이유는 의장 선출방식에 있다. 지난 1991년 3월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교황 선출방식'을 도입하며 편가르기·나눠먹기·계파갈등 등 각종 잡음이 일었다.

교황 선출방식은 별도의 후보등록 없이 전체 의원이 후보가 돼 무기명 비밀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정파를 초월해 신망 받는 후보를 선출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다수당이 후보를 내면 의장이 될 수밖에 없는 각본으로 진행돼 왔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빛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빛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정당의 색깔을 떠나 지방의회 발전을 실천할 의원을 대표자로 선출하고 상임위 의정활동을 바르게 이끌어갈 진정한 일꾼을 가려 뽑는 것은 지방의회 의원의 역할이다. 지방의회 후반기 원구성은 의정활동의 연속이며 전·후반기 의장단에 대한 평가는 임기가 종료된 후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정치에 있어 단체장은 비록 의회의 견제를 받는다 해도 자신의 공약 이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그러나 다수의 구성원이 있는 의회는 내부적인 결집력에 따라 위상이 많이 달라진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은 의회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면 소속 정당의 의미는 많이 퇴색될 것이다. '풀뿌리정치'라는 표현이 어찌해 나왔는지를 상기해 봄직하다.

지방의회가 민생을 외면한 채 자리다툼에만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는 전무해 해마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치란 다양한 이해충돌을 중재하고 타협하는 가운데 다수의 공감을 기반으로 소수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말이 가슴을 파고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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