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돌파구를 찾아라①]대구 방천시장, 활성화의 비결은

▲ 쇠락의 길을 걷고 있던 방천시장은 문화를 키워드로 잡고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조성하는 등의 회생노력 끝에 일주일 최대 방문객 1만명이 남는 관광명소가 됐다.

거대유통사 위협에 쇠락의 길 상인·예술가·행정·시민 힘 모아 타결책 마련 몰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중심 문화사업 인프라 구축…아이디어ㆍ소통으로 재도약

상인과 예술가, 시민이 힘을 합쳐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시킨 대구 방천시장은 현재 대구시의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 위치한 방천시장은 대형마트와 유통업체들이 골목상권을 위협하면서 위기를 맞았었다. 빈 점포가 늘고 주변이 슬럼화 되는 등 상권 침체뿐만 아니라 부차적 문제로 심각한 몸살을 앓았다. 배명숙 대구 골목문화해설사는 "시장 주변이 암흑지대가 되면서 낮에도 지나다니기 불쾌할 정도 였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방천시장의 시작은 1945년 해방과 동시에 만주와 일본 등지에서 조국으로 돌아온 이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장사를 꾸렸던 것이 시초다. 이후 1960년대에 방천시장은 싸전과 떡전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한 때 1000여개 점포가 있었던 대구를 대표하는 대형 시장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말 점포수가 250여개, 2007년에는 40여개로 줄었다. 방천시장 상인회 신범식 회장은 "방천시장이 서문·칠성시장과 함께 대구의 3대 시장으로 손꼽혔지만 쇠락의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며 "40년 넘게 장사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가게를 이어나가지 못하고 문을 닫는 일이 속출했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활성화의 키워드는 '문화'

방천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첫 번째 시도는 2009년 방천시장 예술프로젝트 '별의별 별시장'이었다. 2009년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간 진행된 사업은 15개 팀 45명의 지역 미술계 작가들과 주민을 중심으로 펼쳐진 문화행사였다.

공방과 아트숍이 들어서고 주말극장, 국악공연, 벼룩시장 등의 행사가 이뤄졌다. 이 사업성과를 계기로 방천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는 문화를 키워드로 잡아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에 선정된다.

'문전성시' 사업으로 이름 붙인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은 1·2·3차로 나눠서 시행됐다. 1차는 2009년 10월부터 2010년 5월까지 8개월간 진행됐다. 방천시장에서 공방과 아트숍을 운영하는 예술가상인 9개팀과 프로그램 작가 12개팀이 힘을 합쳐 가게 차광막 디자인 개선·방천 토박이 찾기·문전성시 방천지 발행·방천음악방송·아빠와 장보기·체험미술 교실 등을 시행했다. 시장고유의 분위기를 활용한 문화마케팅은 좋은 효과를 거둬 2010년 6월 2차 사업에도 선정된다.

'문전성시' 2차부터는 본격적인 시장 리뉴얼이 이뤄졌다. 상점 특색에 맞는 환경개선 및 '속닥속닥 수다방'이라는 고객휴식공간도 마련됐다. 또 심포지엄을 개최해 전문가들의 의견교류와 발표를 통해 전통시장 발전 프로그램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장 내 갤러리를 조성해 방천시장을 테마로 한 사진 공모전을 진행했고 '토요 오!시장'이라는 야시장을 운영했다. 방천신문을 매월 1회 발행하면서 사업들을 소개했고 서울과 대구의 지역학생 40명을 대상으로 예비작가 아카데미도 열어 교육사업도 병행했다. 

방천시장 회생의 주역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2차 사업의 가장 큰 성과는 '이야기가 있는 벽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방천시장의 바로 옆 달구벌대로 450길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시장 상권은 점점 활기를 되찾았다. '이야기가 있는 벽' 기획단계에서는 지역 출신 유명인 3명이 주인공으로 거론됐다. 야구선수 양준혁과 전 대우그룹 대표 김우중, 가수 김광석이었다. 이들 가운데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갖췄지만 고인이 된 김광석을 주제로 잡았다.

가수 김광석은 5살 때까지 방천시장 근처에서 살았다. 어린 김광석이 뛰어 놀던 목에는 이제 그를 기념하는 벽화 70여점과 노래가사들이 350m 길이의 벽면을 채우고 있다. 골목을 걷는 동안 사랑을 지키는 군번줄 자물쇠 걸이, 기타 등이 장식돼 있는 벤치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김대한씨(26·목포시)는 "과거에 방천시장을 한 번 들렀었는데 김광석 거리가 조성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왔다"면서 "촬영하기도 좋을 뿐 아니라 정말 인상적으로 탈바꿈 돼 김광석을 좋아하는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 정말 뜻깊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대구시민이지만 처음 방문하는 이들의 눈길도 사로잡았다. 이수영씨(20·대구시)는 "음악이 나오는 벽화골목은 여기가 처음"이라며 "사진 찍으러 왔는데 마음이 편해져 표정이 훨씬 자연스럽다"고 만족하며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김수원씨(20·대구시)는 "벽화마을들이 전국에 여러 곳 있지만 김광석이라는 인물 한 명을 주제로 잡은 곳은 여기가 유일할 듯"이라며 "음악하는 사람들의 길거리 공연도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미소지었다.

신범식 회장은 "김광석 길이 다 만들어지기 전에도 입소문이 퍼져 사람들이 방문했다"며 "김광석 거리는 현재 1주일 최대 방문객이 1만명을 돌파하고 그 중 70%가 외부 관광객인 전국적 명소가 됐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또 "각종 매체에서 김광석을 재조명하면서 동시에 대구의 김광석 길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지속적 관심의 비결은 끊임없는 관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90m 구간에 불과했지만 지속적인 추가작업을 통해 작년 가을에 350m로 확장했다. 또 2013년부터는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고 김광석 추모일과 탄생일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개최한다.

문화의 날인 매주 마지막 주 수요일과 주말에는 문화공연이 수시로 펼쳐지면서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최근에는 270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도 개장해 문화 특구로 발돋움 하고 있다.

방천시장에서 예술가상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동원씨(43)는 "문화사업이 다양화되면서 인프라가 구축돼 작업하기도 편하다"며 "방천시장은 인생의 축소판 같다. 굴곡이 있었지만 지금의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돼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 중구 이재근 경제과장은 "방천시장의 성공요인은 첫 번째가 신범식 상인회장의 열정과 애정"이라면서 "다음으로 구청, 주민, 작가들이 모여 김광석 길을 조성했고 동시에 김광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명소로 거듭났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양수용 복지문화국장은 "지속적 관심을 가지면서 아이디어를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정체성을 잘 찾고 주민들과 소통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전통시장 회생비법을 알렸다.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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