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돌파구를 찾아라②]전주 남부시장·장흥 토요시장, 지역 명물로 자리매김

전주 남부시장, 청년상인 튀는 아이디어 무장…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장흥 정남진토요시장, 표고버섯·한우·키조개 장흥삼합 '1박2일'로 유명세

남부시장 활성화의 키워드 '청년'

전주시는 올해 가장 가고 싶은 국내여행지 1위로 선정될만큼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전주 한옥마을이 있다. 남부시장상인회와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인프라에 집중했다.

전주시 지역경제과 허상민 주무관은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 중 90% 이상이 관광객이고 관광객 중 90%가 청년층이었다"며 "청년층이 찾아오고 싶은 공간을 만들려면 청년들이 주체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전주시와 남부시장상인회·사회적기업 '이음'은 문화체육관광부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인 '문전성시'에 공모해 본격적으로 '청년몰' 건립에 나섰다. '청년몰'의 시작은 2011년 창업 아카데미 개설이었다.

창업 아카데미를 수료한 청년에게 점포를 준다는 공고를 내 교육기간 동안 직접 물건을 팔아보도록 했다. 다양한 수행 능력 검증을 통해 청년몰 1호점인 카페 나비가 2011년 11월 남부시장 6동 2층에 처음으로 차려졌다.

당시 카페나비와 30~40년 된 음식점 2곳 말고는 빈 점포뿐이었지만 2012년 5월 청년상인 1기들이 입점했고 2015년 6월 현재 33개소 37명의 청년들이 청년몰에 들어와 있다. 막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 37명의 청년들은 청년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함께 발산하고 있다.

청년몰 청년상인 이혜지씨(26)는 "출근길이 설렐 수 있다는 것, 일하는 공간에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며 "힘들고 지칠 때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 1인 가게지만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선진지 견학을 왔다는 김종현씨(57)는 "청년들이 힘을 모아 무언가 하고자 하는 것이 대견스럽다"며 "혁신은 리더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 같이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밝혔다.

소통과 이해, 청년상인과 장년상인의 상생

청년몰에 들어서는 입구 4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라는 표어다. 장년상인의 입장에서는 '적당히'가 주는 어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돈'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청년몰의 마음이 끝까지 이어지길 바란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청년상인 반장 김현상씨(31)는 "돈을 좇았다면 청년몰에 입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청년몰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 관광객이지만 관광객 입맛에 맞춰 변색되지 않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해뜨기 전에 나와 해지면 들어가는 기존의 상인들은 아침 10시가 넘어서야 문 열기 시작하는 청년들에 안 좋은 시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3년 차가 지나 상인 분들도 청년들을 이해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몰 1호점을 운영하는 정영아씨(36)는 "혼자 입점해있던 6개월 동안 주변 상인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지레 겁먹고 주저앉았을 것"이라며 "현재도 청년상인 규제와 심사는 상인회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상인들과 소통하려는 어른들의 노력에 보답하고 기꺼이 따를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청년몰 인근에서 26년째 장사하고 있는 양성기씨(69)는 "청년몰 덕분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면서 시장에 활기가 생겼다"며 "사람들이 북적대니 매상과 지가가 올라 청년몰이 앞으로 더 대성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현수 회장은 "계약기간 1년이 끝나고 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청년들의 꿈이 실현됐음을 느낀다"며 "청년들이 청년몰에 안주하지 않고 남부시장으로 진출해 청년상인의 긍정적 순환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람'을 못 바꾸면 '환경'을 바꾸자…장흥 정남진 토요시장

올해로 개장 10년째인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은 메르스와 장마에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장흥군 장흥읍 토요시장3길에 위치한 토요시장은 장흥군과 시장상인회의 활발한 소통과 개혁 의지로 전남에서 꼭 가야할 명소가 됐다.

토요시장은 2·7일에 열리던 장흥 5일장에 토요일마다 상설로 큰 장을 열 수 있도록 50억 원을 투입해 시장 현대화사업을 추진했다. 주요 방문객은 장흥군민이지만 토요시장을 찾는 방문객 80%이상은 타 지역 관광객이다. 정남진 장흥토요시장상인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6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와 연매출 1000억원,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3600억원에 달한다.

토요시장도 개장했을 때부터 활성화된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주5일제 근무가 시작되던 날과 동시에 개장했지만 상업성이 확실하지 않아 2007년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때 고심해서 나온 결과물이 표고버섯·한우·키조개로 구성된 장흥삼합이다.

정남진 장흥토요시장 김유성 사무국장(50)은 "우리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을 생각해보니 국내 육지 소 생산량 1위·전남 키조개 생산량 1위·전국 표고버섯 생산량 1위인 것이 떠올랐다"면서 "처음에는 축협만 장흥삼합에 관심을 보였지만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이후 급격한 관심을 받고 현재 25개의 한우농가가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체 돼 있으면 안 된다"며 "올해 시행 중인 농축산물 리콜서비스와 더불어 점포대 수업 등 상인 교육도 보다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요시장 상인 이영미씨(55)는 "토요시장이 생긴 후로 시장에 활기가 넘쳐난다"며 "상인회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매대 상인과 점포 상인의 자리싸움을 비롯한 분쟁이 적어 상인회 의견에 적극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흥상설시장 상인 이종천씨(68)는 "장흥토요시장은 3가지 여건이 풍부하다"며 "주차장·육해공 먹거리·행정지원이 잘 어우러져 부동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현재 토요시장은 30~40년 된 기존 상인들의 2세들이 자리를 잡아가며 세대교체 중이다. 김유성 사무국장은 "젊은 층이 유입되고 있는 만큼 기존 방문객과 젊은 층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2의 장흥삼합을 현재 연구·개발 중"이라며 "주변이 하나 둘씩 바뀌기 시작하면 상인들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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