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부모님같아 어르신들께 더 잘해주려 노력

노인정 어르신들 "이따가 또 오세요"라며 배웅

정채호 경위의 고향은 그 유명한 얼음골이 있는 밀양 산내면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천황산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 성장한 그이기에 시골이 낯설지 않다.

여든을 훨씬 넘긴 고향의 어머니와 따로 살고있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지만, 마을 노인들이 따뜻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절로 힘을 낸다. 그래서 그는 순찰시간마다 노인정을 반드시 들른다. 부모님께 못해드린 걸 이곳 노인들에게는 해주려고 노력하기 위해서다.

노인들이 쉽게 당할 수 있는 보이스피싱이나 교통사고에 대한 예방교육도 수시로 하고, 낙후된 마을에 대해 걱정하면 마을의 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

노인정에 모인 노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따가 또 오세요"라고 말한다. 그만큼 친숙한 경찰관이 됐다는 증거다.

하청면은 사건이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가끔 절도사건이라도 일어났다고 하면 대부분이 이웃사람 짓이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는 정 경위.

그는 "이곳 노인들은 순수해서 이웃주민들끼리도 친하게 지내는 분들인데 그런 사건이라도 생기면 이웃간에 의가 상하기라도 할까봐 염려스럽다"며 안타까워 했다.

하청면 치안센터에서 일한 지 1년 1개월 동안, 끊임없는 노력 끝에 주민들과 제법 친해졌지만 정 경위는 아직도 만족하지 않는다.

"비록 면허증 신청, 교부 등 사소한 행정업무와 민원상담이 대부분이지만, 이 작은 마을에 분명 필요한 업무들이다. 그런데도 제 업무처리 만족도는 70~80% 수준인 것 같다. 100%에 가깝게 만족시켜 모든 주민들이 행복해지게 만드는 경찰이 되고 싶다." 

공무원답게 그는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재활용이 몸에 배어 있다는 그는 "모든 것은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인데, 재활용이라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면 더 크고 중요한 것도 보다 꼼꼼히 챙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확신에 차 있었다.

가정보다 직장에 80% 정도 신경을 쏟던 정 경위에게 몇년 전 그의 작은 아들이 갑자기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선포했단다. 그는 잠깐 놀랐지만 말릴 생각은 없다고 한다.

정 경위는 "자기 아버지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멋져 보이기라도 했나 보다"며 "경찰이 좋은 직업인 것은 분명하니까 아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 경위는 "아들놈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에 합격을 해야 경찰이 될 수 있을텐데 공부를 제대로 하려는지 걱정"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1년 뒤에는 정 경위가 하청면을 지키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근속연수 2년이 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 경위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이곳을 떠나게 되면 다소 아쉬움이 있겠지만 또다른 분이 와서 잘 해줄 것이다. 저로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되지 않겠나."  

솔직하고 소탈한 그의 넉넉한 웃음을 보니 "내일 당장 그만두더라도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경찰이 되겠다"는 그의 포부가 헛말로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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