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4건 발의 58건 수정 또는 원안가결
2월 현재 올해만 19건 발의 58건 제정
실효성 없는 선언적 베끼기 조례 양산 우려

거제시의회 의원발의 조례가 증가하면서 행정적 낭비와 함께 실효성 없는 선언적 조례까지 양산된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치법규를 다루는 시의회는 조례 제·개정 역시 고유의 권한이자 중요한 의무다. 하지만 지나치게 조례 만들기에 경쟁적으로 집중하면서 시민을 위한 맞춤형 조례라기보다 유명무실한 조례나 공공성이 결여된 불합리한 조례가 제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2022년 1월부터 정책지원관제도가 도입되면서 의원들의 조례안 발의가 수월해지고, 3년 전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평가 기준에 조례 제정 건수가 공천의 한 잣대로 작용하면서 의원발의 조례가 우후죽순 늘어났다는 지적이다.

다른 기초지자체의 조례를 관례적으로 베껴 온 것도 의원발의 조례 증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책지원관이 타지자체의 복제 대상 조례 몇 개를 각색해 담당 시의원에게 선택해 발의하도록 함에 따라 제대로 된 검증과 준비없이, 실효성이 떨어지는 조례 제정을 위한 조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조례 제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11월 '거제시 조례 입법평가 조례'가 제정됐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의원발의에 의한 조례는 비이상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 최근 10년간 의원발의 378건 중 90% 이상 제정

본지가 분석한 최근 10년간(2004~2023년) 의원발의 조례 건수는 총 378건이다.

연도별 의원발의 현황은 △2004년 3건 △2010년 7건 △2014년 12건 △2020년 16건 △2021년 37건 △2022년 37건 △2023년 64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중 90% 이상이 수정 또는 원안가결 됐고, 극히 일부 부결 또는 심사보류 됐다.

2024년도 의원발의 조례는 계속 늘고 있다. 2월말 현재 19건이 발의돼 '거제시 1인가구 지원 조례안'을 제외하고 18건이 모두 수정 또는 원안가결 됐다. 연말까지 의원발의 조례가 얼마나 쏟아지고 또 제정될지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거제시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제정된 수많은 조례가 사문화된 것이 현실이고, 새로 제정된 조례 상당수도 상위법이나 관련 조례 또는 규칙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데도 의원발의 조례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칫 성과에 급급해 실적쌓기용 또는 설익은 조례안이 제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의원발의 조례안의 경우 집행부가 무작정 뿌리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A 시의원 역시 "실질적으로 거제시민에게 필요한 조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대로라면 공익적 가치나 실효성 없는 조례가 양산될 우려가 있다"면서 "입법의 실현성, 예산 반영 가능성, 여타 상위법 충돌 여부 등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사문화되거나 유명무실한 조례에 대해서도 개정 또는 퇴출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 조례 제정 앞서 입법평가로 관리해야

내용보다 건수에 매몰되고, 공익적 가치나 실효성 없는 선언적인 졸속조례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거제시나 시의회가 나서 사문화되거나 불합리한 조례를 폭넓게 정비하고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남도는 2022년 실효성이 없어져 사문화된 조례, 정책집행 실적이 없는 조례, 다른 조례와 유사하거나 중복돼 통폐합이 필요한 조례, 시대 변화에 따라 개정이 필요한 조례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조례를 정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 B씨는 "조례 정비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지방자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치입법권이 위축돼선 안된다"며 "꼭 필요한 조례는 적극 발굴·제정하고 불필요한 기준 조례도 과감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한은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거제시 조례 입법평가 조례'가 제정됐다.

이 조례는 △입법목적의 실현성 △기본계획 또는 추진계획 등의 수립 여부 △예산 편성 및 집행의 적정성 △상위법령 제정 및 개정사항 반영 여부 등의 목표가 실현되는지 분석·평가해 현행 유지, 개선, 폐지 등의 결론을 내려 주기적으로 조례를 정비·관리하는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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