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지구는 둥글다. 둥근 지구의 가로 중심선이 적도(赤道)고, 세로 중심선이 황도(黃道)다. 이때 황도와 적도가 교차하는 두 교점이 춘분점과 추분점이다. 천문학에서는 춘분점을 기점(0°)으로 황도를 따라 15도씩 이동하면 24절기가 생겨난다.

춘분은 '봄을 나눈다'는 뜻으로, 밤과 낮의 길이가 역전되는 분기점이면서 추위와 더위가 같아지는 날을 의미한다. 춘분이 되면 제비가 날아오고, 산수유·생강나무는 노랗게 꽃을 피우고 산에는 진달래 꽃봉오리가 터질 듯이 부풀어진다. 농촌에서는 봄기운이 듬뿍 들어있는 들나물을 캐어 무치거나 국을 끓여 먹는다.

조선 헌종 때 다산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농가월령가 2월령에는 '반갑다 봄바람에 의구히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속잎이 맹동한다.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맷비둘기 소리나니 버들빛 새로워라'라고 노래했다.

옛날에는 이날 날씨를 보아 한 해 농사를 점쳤다. 동풍이 불면 보리풍년이 와 보리값이 떨어지고, 서풍이 불면 보리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날이 맑고 구름이 없으면 가뭄이 와서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보았다.

춘분 무렵에는 바람이 많이 분다. '이월 바람에 쇠뿔이 오그라든다' '이월 바람에 김칫독이 깨진다'는 속담이 있다. 이 바람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다고 해서 '꽃샘'이라고 불렀고,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늦추위가 오기도 한다.

춘분에는 검은콩을 볶아 먹었고, 송편보다 작은 떡을 빚어 자기 나이 수만큼 먹는데 이를 '나이떡'이라 했다. 그래야 무탈한 한 해를 보낸다고 믿었다. 겨울 동안 쉬었던 머슴들에게 농사일을 부탁하며 주는 떡은 '머슴떡'이다.

일본에서는 춘분이 공휴일이고, 기독교에서는 부활절 계산의 기준점이 된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에서는 노루즈((Noruz)라 부르는 양력설로 봄의 축제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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