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김형곤 거제제일교회 목사

우연히 알게 된 '버스44'는 짧은 단편영화다. 러닝 타임이 11분 정도로 중국을 배경으로 홍콩에서 만들었다. 버스에서 일어난 충격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내용으로 단순하지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세계에는 뚜렷한 주제가 있고 반성 또는 깨달음이 있다. 이 영화의 내용을 요약해 보고 핵심에 접근하고자 한다.

'젊은 여성 버스 운전기사가 다수의 승객을 태우고 한적한 산길을 넘고 있던 중 버스를 세우는 2명의 남성이 등장한다. 차에 올라타서 승객들을 위협하며 돈을 요구했고 돈을 갈취(喝取)한 다음 버스에서 내리면서 여성 운전기사를 강제로 끌어내리고 폭행을 가한다. 승객 중 한 남성이 버스 안 승객들에게 '왜 다들 보고만 앉아 있죠?'라고 외쳤다.

그러나 승객들은 외면한다. 이 남성은 버스에서 내려 강도를 저지하러 갔지만 강도들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상처를 입고 이 여성 운전기사는 강도들에게 끌려가 강간을 당한다. 여전히 방관(傍觀) 중인 승객들. 목적을 달성한 강도들은 달아나고 강간과 폭행을 당한 여성 운전사가 버스로 돌아온다. 승객들을 원망의 눈으로 바라보자 모두 외면한다. 여성은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그리고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유일하게 버스에서 내린 남성이 버스로 다가와 죄송하다고 말하지만 화를 내며 버스문을 닫고 남자의 짐을 창문으로 내던지며 버스는 출발한다. 도움을 주려 한 남성은 할 수 없이 다른 차를 얻어 타고 가다 얼마되지 않아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자신이 타고 왔던 바로 44번 버스가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해 기사와 승객 전원이 사망한다'는 내용이다. 

여성 버스기사의 수치심과 상처를 목격하면서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했던 무관심에 대한 심판이며, 방관하지 않았던 살만한 가치가 있는 한 사람만 살아남았다. 중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영화로, 감독은 '구성원 모두의 책임과 협조'만이 다함께 잘살 수 있는 교훈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내가 저 버스의 승객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방관과 정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1일은 105주년을 기념하는 삼일절이었다. 이날은 해방 이후 가장 중요한 국가 기념일로 평가받고 있다. 2000만 민족이 하나로 뭉쳐 전개했던 범국민적인 독립운동이며,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했던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이것은 일제강점기 최대의 민족운동이고, 우리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에 빛나는 위대한 사건이다. 모든 국민이 방관하지 않고, 방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날을 자랑스럽게 맞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권 회복과 독립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어찌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했을까? 

바로 이것이 우리 민족정신이다. 우리 가운데 나라사랑의 DNA가 흐른다고 주장할 때 그 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우리의 민족성을 역사가 증명하기 때문이다. 3.1운동은 당시 강대국에 시달렸던 나라들의 평화운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1920년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운동도 3.1운동의 영향이니, 우리 민족의 끈질긴 불의에 대한 저항과 정의로운 행동은 자랑스러운 역사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방관이란 '어떤 일에 직접 나서서 관여하지 않고 곁에서 보기만 함'을 말하며, 방조란 '형법에서, 남의 범죄를 거들어 도와주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사건을 보고도 몸을 사리며 정의를 외면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 하늘을 보며, 이 땅 위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윗대의 열사(殉國先烈)의 고귀한 정신에 감사하지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정녕 일본의 칼과 총이 무섭지 않았을까?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용기는 위험 앞에서도 꿋꿋하게 굽히지 않음을 말한다. 그것은 정말 어렵고 무서운 가운데서도 행해야 할 바를 행하는 것이다.

'버스44'에서 나타난 강도의 악행을 방관했던 승객들의 최후를 보듯이, 사회와 국가에 방관·방조자로서가 아니라 악을 우리 안에서 밖으로 쫓아내는 적극적인 행동이 있을 때 모두가 원하는 목적지에 이를 수 있듯 행복한 일상의 여정이 될 것이다. 우리는 공동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침묵의 방관자·방조자가 되지 말아야 함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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