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석 전 거제교육장
윤동석 전 거제교육장

심각한 사교육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기계적인 점수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경쟁적인 교육에 너무 깊게 빠져 그 위험이 이제 국가 위기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부모의 그릇된 교육열·의대 진학을 목표로 초등학생이 사교육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 앞에 기성세대와 학생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지경이다. 역대 정권이 다양한 사교육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즉흥적인 대책이 아닌 긴 시야로 접근하는 종합적인 개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14회에 걸쳐 대학입시제도를 바꿨지만 혼란만 야기하면서 경제적 교육 양극화와 사교육비는 가중됐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의하면 2022년 초·중·고 학생의 사교육비 총액이 26조원이다. 2007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였다. 비슷한 시기 초·중·고 학생 공교육비 총액은 얼마나 됐을까? 

우리나라 내국세의 20.79%가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이다. 2023년 기준으로 약 64조원이었다. 국내 초·중·고 학령인구를 533만명으로 계산하면 1인당 1200만원이다. 지자체 등 다른 교육 예산까지 계산하면 금액이 커져 국가에서 한 학생에 매월 100만원 이상 교육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저출산을 초래하는 과도한 사교육비보다 훨씬 큰 금액이 모든 학령의 국민에게 투입된 실정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국민은 왜 공교육을 불신하는지를 깊이 분석하고 개혁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는 과도한 사교육비가 메가스터디 학원이 아니라 공교육 탓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지난해 6월21일 정부는 '공교육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기초학력 증진, 교실수업 혁신, 교사수업 역량 강화, 다양한 교육 선택 기회'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도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한계가 있고, 더욱 획기적인 교육개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좋은 교사 운동' 단체는 오히려 사교육 유발대책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의 난제를 풀 교육개혁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지난 17일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23년 국민의 교육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대입에서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할 요구사항 1위가 인성·봉사활동, 2위가 특기 적성이었다.

이는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입시 문제와 쌍둥이자매 내신문제 등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의 불공정이 불러온 영향이 컸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현실교육은 편안하고 존경받고 소득이 많은 일만 추구하고,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높은 대학과 학과 선택에 목을 맨다.

그러니 이번 조사에서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로는 대부분 불안을 꼽았다. 과도한 사교육은 출산저하의 원인과도 직결된다. 국토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사교육비가 1% 오르면 출산율이 0.0019명이 감소된다고 한다.

이제 위기의 국가를 살리려면 정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국가 백년대계가 될 교육개혁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첫째 각 대학에 입시 자율권을 주어 대학별 교육철학에 맞는 학생을 선택하도록 해 학벌 중심사회, 서열화된 사회를 개편해야 한다.

둘째, 경남 산청의 '우정학사', 경북 안동시의 '퇴계학당', 전북 김제시의 '지평선학당', 경기 연천군의 '미라클아카데미'처럼 공립학원을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장려 지원해야 한다.

셋째, 수능은 기초학력 테스트에 충실하도록 당연히 교과서나 EBS의 범위 내에서 출제돼야 하며 수능 40% 권고 해제, 대학별 선발평가, 수시 학종(학생부 종합전형) 등 종합적인 해법이 모색돼야 한다. 

넷째, 더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교육의 개편으로 사회의 필요한 시대에 부합되는 창의성 인재를 키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입 수능제도 전반의 개혁 그리고 공교육 강화방안, 나아가 대학서열 체제 개혁 등 근본적인 교육개혁의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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