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권용복(2023/116.8×80.3㎝/oil on canvas)

남해의 아름다운 섬 거제, 거제대교와 거가대교 등의 다리가 놓여 이미 오래전에 육지와 이어졌지만 다리 아래 펼쳐지는 바다풍경은  여전히 육지와의 간격이 느껴진다.

바다에 떠있는 작은 육지이며 고립되지 않는 섬, 그것이 거제의 정체성이다. 그래서 이곳은 육지로부터 찾아 드는 사람으로 늘 붐비는 관광지이면서 평온한 어촌의 정취가 남아있는 작은 포구도 있는 소담한 섬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제는 양면의 모습이 존재한다. 1980대 이후 조선산업 도시로 번성하면서 바다에는 거대 선박이 가득하고 상가·오피스텔·아파트 단지가 즐비하다. 외곽의 관광지 역시 카페·호텔·펜션 등으로 번성해 보이지만 불균형을 이루며 삭막한 마을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사는 도시는 변화하고 그 변화의 결과는 살아가는 사람들이 감당해야 한다. 관광객이나 여행객만의 도시를 만들 수 없듯이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의 생각을 담은 도시환경을 이루는 일 역시 쉽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행 트렌드가 바뀌어 차를 타고 지나치면 만나볼 수 없는 곳을 발로 찾아다니면서 체험하는 트래킹 여행과 한곳에 정착해 단기적으로 살아보면서 삶의 다른 모습을 일궈가는 여행문화가 일어나고 있어 거제 살기를 통해 거제의 숨은 모습을 알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통해 거제의 숨은 매력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경쟁하듯 들어서던 대형카페 보다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는 개성 있는 작은 커피점에 사람이 모이고, 사람들이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마을의 정경을 담아가니 사람 사는 듯하다. 더불어 작은 상점들과 소담스런 문화공간도 한 두어 곳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다. 

거제에서 살아가면서 사색과 관조로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가슴이 설렌다. 나만의 추억이 깃들어 있어 그곳의 모습이 변해도 아름다운 그때의 기억으로 늘 자신을 꿈꾸게 했던 곳을 사람들은 그리워한다. 내게 장승포항은 그런 곳이다. 나의 비밀스런 아지트, 거제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내어 이곳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