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음력 11월은 동짓달이다. 동지(冬至)가 든 달이기 때문이다. 한자어로는 '겨울에 이르렀다'라는 뜻이다.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로 동지가 지나면 해가 노루꼬리만큼씩 길어지기 시작한다.

낮은 양(陽)이고 밤은 음(陰)이다. 따라서 밤이 긴 탓에 음의 기운이 가장 세고 반대로 양의 기운이 가장 약할 때다. 동짓날에 팥죽을 먹는 것은 양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함이다. 이날 먹는 팥죽을 '동지두죽(冬至豆粥)'이라 한다. 붉은팥으로 죽을 쑤고 찹쌀가루로 둥글게 빚은 새알심을 넣는다. 새알심은 나이 수대로 넣어 먹었다.

'동지첨치(同知添齒)'라는 말이 있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나이가 한 살 더 먹는다는 뜻이다. 중국 주나라 때는 동지가 설이었다. 그때의 전통이 전해져 동지를 작은설 아세(亞歲)라 했고, 팥죽을 먹고 나면 나이를 한 살 더 올려 말하는 것도 허용되었다.

우리 조상들은 팥죽을 쑤면 먼저 사당에 '동지고사(冬至告祀)'를 지내고, 그 다음에는 대문을 비롯한 집안 곳곳에 팥죽을 뿌렸다. 지방에 따라서는 방과 마루, 장독 위, 헛간 등에 팥죽을 올려두었다가 식으면 온 가족이 함께 나누어 먹었다. 본래는 붉은색을 싫어하는 역질(천연두)귀신을 쫓아내기 위한 민가에서의 주술행위였지만, 차츰 집안의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이 되었다.

24절기는 태양력이기 때문에 동지가 드는 날짜가 거의 일정하지만 음력은 변한다. 동지가 음력으로 동짓달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고 구분한다. 아이들은 나이먹기를 좋아해서 초순에 들면 '아기동지' 곧 '애동지'고, 나이든 사람은 나이 먹는 게 두려워 동지가 늦게 들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노동지'라 부른다.

2023년 동지는 음력으로 동짓달 초열흘이기 때문에 애동지다. 애동지에는 팥시루떡이나 팥밥을 해 먹었고, 노동지에는 팥죽을, 중동지에는 팥시루떡이나 팥죽을 다 해 먹을 수 있었다. 재미난 세시풍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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