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헬기편 대계마을 금의환향
외포리 대계마을 5일간 2천여대 축하차량

창간 34주년을 기념해 1989년 창간호부터 인터넷신문이 없었던 2006년 5월까지 보도된 기사(지역역사) 중 독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중요한 기사를 인터넷에 업로드합니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 거제지역 발전을 위한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1989년부터 발행된 과거 기사를 톺아보시고 거제역사를 알아가십시오.  - 편집자 주

거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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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 출신 민자당 김영삼후보의 대통령당선이 확정된 19일 거제도민들은 할짝 웃었다.

「김영삼 대통령 만들기」 수십년 숙원을 해결한 14만 주민들은 당선 5일이 지난 23일 현재까지도 기쁨을 주체치 못하며 환희의 물결은 7백리 연안 곳곳에 넘쳐 흐르고 있다.

이는 거제도시 사상 최고 투표율이기도 했다.

제14대 대통령 뽑던 날

지역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겠다는 유권자들은 오전 7시 정각부터 수십명씩 줄을 서기 시작 대부분의 투표소는 술렁거렸다.

이날 7시 정각 하일청 장승포시장은 옥포2동 국산국민학교에 마련된 옥포 제2투표소에서 부인 윤순선씨와 함께 나란히 투표했고 양정식 거제군수도 9시 정각 고현리 성림회관에 마련된 신현 제1투표소에서 거제군의회 윤현수의원과 함께 투표했다.
장승포전신전화국에 근무하는 장천형씨(37), 김영애씨(35)부부는 부친상을 당해 장롓날인 이날 본가인 둔덕면 화도에서 새벽에 배를 이용 30분거리의 물으로 건너와 40여km 떨어진 장승표시 옥포 1동 동사무소에 설치된 옥표 제2투표소에서 7시 40분 투표에 임했다.

상복을 입은채 투표에 참여한 강씨 부부는 "거제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기권할 수 없었다"며 "부친을 잃은 슬픔도 제쳐두고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선관위측은 차례를 기다리는 유권자들의 양해를 얻어 이들 부부의 투표를 우선 실시토록했다.

오전 10시를 넘기면서 유권자들의 발길은 바빠지고 기자실에는 김영삼후보가 탄생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의 이웃마을인 소례리에 사는 옥자인씨(61)의 꿈이야기가 전해져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목발을 짚은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장목면 제3투표소가 설치된 외포국민학교까지 4km가량을 걸어가 제일 먼저 투표한 옥씨는 김후보가 초선 국회의원이 될때도 제일 먼저 투표했다며 "간밤의 꿈에 김후보 집뒷산인 강망산에서 용이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이 길몽 때문에 일찍 투표하러 왔다. 김후보의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다"며 희색이 만연했다는 것이다.

옥씨의 꿈 이야기가 전해지가 일부 주민들 사이에는 꿈에 대한 찬반론이 엇갈리기도 했다. 길몽은 길몽이지만 오전부터 꿈이야기는 오히려 화를 자조하다며 섣불리 꿈 이야기를 하기 말아야 한다는 측과 한편에서는 꿈이이기로 선거열기를 더욱 뜨겁게 하자는 찬성론도 대두됐다.

11시가 넘어서자 여객선터미널과 시외버스주차장 특히 하청카페리호 부두에는 명절귀성객을 방불케하듯 투표를 위한 귀성객이 붐볐다.

17일 밤부터 속속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은 한결같이 김영삼후보가 만에 하나라도 근소한 표차로 패배할 경우 우리 거제도민 모두는 천추의 한을 안게 된다며 그 한을 없애기 위해 천리 길을 마다 않고 달려 왔다고 말했다.

4년만에 고향을 찾았다는 둔덕면 거림리 마장부락 출신 반동환씨(53·현 부산거주)는 "내고장 출신 대통령을 탄생시키기 위해 모든 일을 제처두고 귀향했다"며 "지난밤은 김후보가 당선된다는 기대감 속에 온 식구가 들뜬 기분으로 밤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정오를 넘기면서 장승포시와 거제군의 대부분 투표소는 투표율 60%를 웃돌며 순조롭게 진행됐고 오후 4시를 지나며 대부분 투표율은 80%를 상회했다.

거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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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되자 선관위는 시청회의실과 군청 상황실로 투표함을 옮겨 오후 7시40분경 개표에 들어갔다. 이날 장승포시는 총유권자 3만 4백49명(부재가 5백48명 포함)중 2만7천45명이 투표해 88.8%의 투표율을 보였고 거게군은 총 6만1백14명(부재자 2천4백6명 포함)중 5만4천4백40명이 투표에 참여 90.6%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거제도 사상 최고 투표율이기도 했다.

관내 최고 투표율은 남부면 제2투표소가 98.4%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자 농촌지역은 물론 시가지 등 거제도 전역은 거리마다 한산해 사람의 그람자조차 찾아 보기 힘들었고 택시기사들도 개표 상황을 지켜보기위해 대부분 차를 세워둔 채 운행을 중단했다.

한편 김영삼후보의 고향마을인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에는 일본의 NHK 방송을 비롯 미국외 CNN방송등 국내외 보도진 50여명이 몰려들어 김후보의 당선에 대비, 주민들의 환호하는 모습 등을 연출까지 시켜가며 사진을 찍는 등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내고장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던 날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거제도민늘은 이웃·친지·친구들과 함께 삼삼오오 자리를 같이해 TV를 지켜보며 내고장출신 김영삼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길 기원했다.

새벽1시경 서서히 김영삼후보가 앞서가자 그래도 주민들은 초반 김대중후보와의 시소게임을 상기하며 항시 염려하던 호남표와 서울표를 의식해 살얼음을 걷는 소경처럼 조바심을 감추지 못했다.

새벽 3시가 가까워지며 김후보가 경쟁 후보와의 격차를 벌려가자 관내 곳곳에는 때아닌 노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4시경부터는 미리 준비했던 축배의 소줏잔을 기울인 탓인지 흥분된 목소리의 노랫가락이 창밖으로 흘러나왔다.

이 시간 대계마을 3백여 주민들은 "이겼다! 이겼다! 김영삼대통령만세! 와이리 좋노 와이리 좋노 김영삼대통령 만세!"를 외치며 꾕과리, 징, 장구 등을 치머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거제도는 온통 축체분위기에 휩싸였다.

출근길의 직장인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반가운 사람끼리 포옹까지해가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전 10시경부터는 민자당 거제지구당 당원들의 당선사례 가두방송과 함께 일행들의 차량이 지나는 도로변에는 덩실덩실 춤을 추는 주민들도 늘어갔다.

지역출신 대통령당선 만하루가 지난 20일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거제도 전역은 뜬눈과 자축 등 피로에 지친 주민들이 나들이조차 하지 않았고 시장과 상가들도 문을 내린채 공동화 현상마저 보였다.

21일부터는 장승포 고현시내 곳곳을 비롯 거제도 전지역에 각 70어채의 당선축하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각 마을 단위로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한편 김영삼대통령 당선자는 22일 오전 10시55분 헬기편으로 옥포 대우조선소에 도착, 곧바로 준비된 차량에 탑승 외포로 향했다.

11시 25분 외포에 도착한 김영삼대통령 당선자는 이날 오후 1시 25분까지 성묘와 오찬을 마치고 1시55분 헬기편으로 부친 김흥조옹을 만나기 위해 마산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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