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남 사진작가와 '거제 한 컷' 찾기60】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

사진은 촬영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과거의 시간이 남긴 산물이다. 사진은 흔한 일상에서부터 역사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거제에는 사진으로 거제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거제 모습을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주는 것을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며 늘 새벽이슬과 은하수와 벗하며 살아가는 류정남 작가다. 류 작가의 취미는 거제의 포토존 명소 만들기다. 최근 10년 동안 그가 만들고 소개한 촬영지는 이른바 거제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거제 한컷'은 류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인생 사진 남기기'코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비경을 소개해 새로운 거제의 관광지 및 포토존을 개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거제 한컷'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작가와 거제신문이 함께 만드는 포토스토리텔링 '거제 한 컷'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먼 미래엔 반짝이는 거제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 편집자 주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묻은 차디찬 콘크리트 건물에도 추억은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누군가에겐 씻지 못할 아픔이었고, 누군가에겐 살아내야만 했던 당시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목격자였기 때문이다. 

거제에는 세월의 풍상(風霜)을 오롯이 품고 있는 건물들이 많다. 외침을 막기 위해 거제 곳곳에 쌓아 올린 성곽이며, 일제강점기 세워진 일본군의 흔적과 일본인 거주지역의 흔적,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 거제에 세워진 포로수용소의 잔해 등이다. 

지금은 목적을 잃은 이 건물들은 '문화재'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지만 실상은 역사의 한쪽 모퉁이에서 관심을 받지 못해 점점 더 페허가 되고 있다. 

하지만 한 컷은 이런 장소를 좋아한다. 단순히 이쁘기만 한 사진보다는 거제의 역사와 조상들의 이야기가 숨쉬는 장소에서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기억해 차디찬 콘크리트 건물에도 온기가 남아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이번 한컷은 거제에 남아 있는 수많은 포로수용소 흔적 중에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수월동 430-11)을 찾았다.

갈길 바쁜 자동차들이 속도를 올리는 도로가에 위치한 탓에 이곳을 잘 아는 지역민이나 탐방객이 아니면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곳이지만 70년 전까지만 해도 온전히 사용됐을 건물을 만나 지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첫 번째 촬영지는 법무관실이다. 표지판에는 법무관으로 기록돼 있지만 주민들은 오랫동안 의무감사실로 기억하는 장소다. 법무관실은 지붕만 없을 뿐 외형이 잘 보존돼 있으며 건물 구조를 파악할 수 있으며 건물 바닥에는 당시 건물을 사용했던 미군들이 놀이를 위해 만든 동그라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두 번째 촬영지는 법무관실 아래 설치된 제빵소 건물이다. 지금은 굴뚝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이곳은 주민들이 VIP실로 기억하는 곳이지만 빵을 굽던 화덕의 굴뚝은 비교적 잘 보존된 상태다. 

거제포로수용소는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포로가 송환되며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포로수용소를 짓기 위해 조상 대대로 일궈온 터전을 빼앗긴 주민들이 복귀하면서 지금은 거제지역 일부에서만 흔적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며 역사를 되짚어보는 방문자들에게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지만 거제도포로수용소에 대한 기억의 주인공은 17만의 포로가 아닌 그들을 수용하기 위해 터전을 내놓아야 했던 순박한 거제섬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사진 촬영중인 류정남 사진작가. @최대윤
사진 촬영중인 류정남 사진작가. @최대윤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사진 속에 세월의 흐름과 추억을 담으려면 이끼가 끼고 빛바랜 건물을 배경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 중 법무관실은 지붕만 빼고 온전히 남은 상태며 특히 건물 곳곳에 남아 있는 창문을 활용한 사진이 인상적이다. 건물의 안과 밖의 풍경과 분위기를 담을 수 있고 건물 뒤편의 숲이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 사진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 법무관실은 갈라진 금과 자연석을 섞은 콘크리트의 질감을 살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만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제빵소 건물도 남아 있는 화덕의 굴뚝이 생긴 모양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 렌즈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을 올려보듯 촬영하면 좋을 듯하다.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거제시 수양동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거제포로수용소 당시 법무관실 아래 설치된 제빵소 건물.
거제포로수용소 당시 법무관실 아래 설치된 제빵소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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