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정남 사진작가와 '거제 한 컷' 찾기59】 둔덕면 '둔덕기성 놀멍'

사진은 촬영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과거의 시간이 남긴 산물이다. 사진은 흔한 일상에서부터 역사적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거제에는 사진으로 거제의 오늘을 기록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거제 모습을 고스란히 후대에 남겨주는 것을 자신의 업보라 생각하며 늘 새벽이슬과 은하수와 벗하며 살아가는 류정남 작가다. 류 작가의 취미는 거제의 포토존 명소 만들기다. 최근 10년 동안 그가 만들고 소개한 촬영지는 이른바 거제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거제 한컷'은 류 작가와 함께 떠나는 '인생 사진 남기기'코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거제의 비경을 소개해 새로운 거제의 관광지 및 포토존을 개발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거제 한컷'은 기존에 잘 알려진 관광지에서 '인생 사진' 남기는 법도 공유할 예정이다. 류 작가와 거제신문이 함께 만드는 포토스토리텔링 '거제 한 컷'은 누군가에게 추억이 되고 먼 미래엔 반짝이는 거제의 과거로 기억될 것이다.  - 편집자 주

둔덕기성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둔덕기성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입동(立冬·11월8일)이 지나고 육지에서는 첫눈에 대한 기대가 한창이지만 남쪽 끝 거제섬의 겨울은 아직 전하도(殿下渡)를 건너지 못했다. 

전하도는 거제사람들이 사등면 덕호리와 통영시 용남면 장평리 사이의 좁은 해협인 견내량(見乃梁)을 부르는 말이다.

1170년 고려 무신정변이 일어나면서 그해 겨울 거제섬 둔덕 땅으로 쫓겨 온 고려의 18대 황제 의종이 건넌 바다라는 뜻에서 비롯된 나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있는 거제 곳곳은 자연이 빚은 색동옷을 입고 단아한 자태로 앉아 '바쁘게 살아온 그대들 쉬어가소'하며 속삭이고 있다. 북적이고 복잡한 일상 속에 요즘 사람들은 힐링을 위한 도구로 불멍·길멍·숲멍·바람멍·달멍·들멍·햇살멍·물멍·놀(노을)멍 등 각종 '멍' 을 때리기 좋은 장소를 찾아 나선다. 

둔덕기성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둔덕기성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이번 한컷이 준비한 포인트는 숲멍·바람멍·들멍·햇살멍·물멍·놀멍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둔덕기성 놀멍' 포인트다. 포인트 이름에서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한 컷은 늦은 오후에 맞춰 시간을 넉넉히 준비하는 편이 좋다. 

거제의 역사는 일본과 서로 경계한 지역인 탓에 수많은 외침을 겪어온 변방의 역사였고 이로 인해 거제 곳곳에는 20여곳의 성곽 흔적을 남겼다. 

이중 거제둔덕기성(이하 둔덕기성)은 성곽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거제의 성곽 유적 중 유일하게 국가사적에 지정된 곳이다. 신라시대 만들어진 둔덕 기성은 신라의 삼국 통일 이후 신라가 지방 정비와 관련된 역사 자료이자 고려의 역사를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 사건이었던 무신정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다. 

둔덕기성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각종 '멍'이 이어지는 발걸음이다. 고현에서 둔덕으로 가는 가파른 고갯길을 따라 길멍을 하고 있으면 너른 둔덕들에서 들멍·햇살멍을 만날 수 있고 둔덕기성을 오르는 임도에서는 숲멍을, 둔덕기성에 오르면 충분한 바람멍과 전하도의 물멍을 감상할 수 있다. 

둔덕기성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둔덕기성에서. @사진= 류정남 작가

하지만 그 어떤 '멍때림'도 둔덕기성의 '놀멍'을 이길 수 없다. 850여년 전 전하도 건너 수도 개성이 그리워 3년을 와신상담 했을 고려 의종의 눈물(恨)이 전하도에 녹아 금빛 노을로 변해 대양을 향해 흘러흘러 가고 있는 듯했다. 

한 컷 촬영팀이 둔덕기성을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촬영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지만 어느새 성벽까지 붉은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데 둔덕기성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 촬영팀은 놀멍에 취해 둔덕기성의 역사적 가치는 잠시 잊어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둔덕기성에서. @최대윤
둔덕기성에서. @최대윤

 

■ 류정남 작가의 '사진찍기 Tip' 

성곽에서의 촬영은 카메라의 비율을 조절해 성곽의 생긴 모양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점프샷을 촬영할 때 모델이 높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델의 높이는 중요하지 않다. 모델이 동작만 크게 해주면 촬영자가 각도를 맞추고(낮게) 셔터가 빠르게 모델의 체공시간을 담으면 그만이다.
 기성의 노을은 전하도 물결에 반사돼 찬란하기만 하다. 일몰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시기인 만큼 둔덕기성의 '놀멍' 촬영을 위해 충분한 준비와 하산 시기를 고려하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일일 한컷 모델을 위해 주문한 포즈를 모두 소화해준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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