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윤일광 시인/거제문화원장

솥은 날 것을 익히는 주방용구로 밥을 짓거나 국 또는 물을 끓이는 데 사용한다. 쌀을 비롯한 식재료가 솥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딱딱하던 것이 부드러워지고 먹기 힘들었던 것이 먹을 수 있도록 변화되는 것을 보고 부정한 관리를 가마솥에 삶아 세탁시키는 처벌의 형구가 되기도 했다. 이를 우리 말로는 '솥찜질'이라 하고, 한자어로는'팽형(烹刑)' 또는 '자형(烹刑)'이다.

조선 성종 때 노사신이 쓴 '동국여지승람'에 '관원으로서 직책을 더럽힌 독직(瀆職)한 자를 이 다리 위에서 삶았다'고 했는데 이 다리는 지금의 보신각 옆 서울 광화문우체국 부근의 혜정교(惠政橋)를 말한다. 이 다리 옆에 포도청이 있었다. 일제 때 경성형무소장을 지낸 나카하시의 에세이집 '조선 옛 시절의 형벌행정(朝鮮舊時の刑政)'에도 팽형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집행방법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다리 위에 아궁이를 만들고 큰 가마솥을 건다. 죄인은 가마솥의 나무뚜껑 위에 묶은 채 앉아 있다. 재판관인 포도대장의 명에 따라 형을 집행한다. 죄인을 가마솥에 담고 솥뚜껑을 닫고 장작불을 지피는 시늉만 하고 실제로 불은 붙이지 않는다. 그런 다음 꺼내 살아 있는 주검을 식구들에게 넘기면 식구들은 미리 준비해간 칠성판에 뉘여 집으로 데리고 가 장례식을 치른다. 이후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된다.

2003년 충북 괴산군에서는 5억여원의 군민 성금으로 무게 43.5톤의 초대형 가마솥을 2년에 걸쳐 만들었다. 가마솥으로 한 번에 쌀 50가마, 4만명분 밥을 지을 수 있다지만 솥이 너무 커서 아래는 타고 위에는 설익는 3층밥이 되고 만다. 기네스북 등재로 엄청난 관광효과를 기대했지만 그 조차도 실패했다.

녹슬지 않게 안팎으로 바르는 들기름값만 1000만원이 넘어 지금은 검정색 페인트로 칠해버렸고, 솥뚜껑을 여는데만 4000만원이 드는 애물단지다. 광주 광산구의 '높이 7m 초대형 우체통', 거제의 '짝퉁 거북선' 등이 세금낭비의 표본이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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