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산 양달석 (연도미상.유채. 45.5×53㎝) 공간화랑 소장

여산 양달석 작의 '무제(untitled)'. 연도미상. 유채. 45.5×53㎝. 공간화랑 소장
여산 양달석 작의 '무제(untitled)'. 연도미상. 유채. 45.5×53㎝. 공간화랑 소장

거제가 낳은 자랑스러운 예술인으로서 우리나라 근현대를 대표하는 화가중 한 사람인 양달석 화백의 호는 여산(黎山)입니다. 스스로 지은 호 ‘여산’에서 ‘여(黎)’는 어떤 무렵의 녁으로 새벽(녁)의 희미한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산(山)의 모습을 의미하는데 밝은 미래에 대한 염원을 자신의 호에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경술국치 2년 전인 1908년에 태어난 양달석 화백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암울함으로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양 화백의 삶 역시 늘 상실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그가 화가로서의 삶을 택한 것은 어떻게 보면 운명적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당시 이름난 의원이었던 아버지가 졸지에 세상을 떠나자 고아가 되어 친척집을 전전하면서 머슴생활을 한 그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온기를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자연과 더불어 지내면서 자연에서의 경험을 평생 그림의 주제로 풀어내면서 자신을 위로한 화가였습니다.

그는 그림에서 희망을 찾았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는 그에게 일종의 의식이었습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되풀이되고 반복적으로 그려진 목동 시리즈에 등장하는 들과 산, 목동들과 소, 그리고 바다와 이어진 들판은 고향 사등을 연상하게 하는 요소가 많이 등장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1940년대 후반에서 1950년대에 양 화백의 작품에서는 또 다른 조형성을 볼 수 있습니다.

제목이 알려지지 않아 무제인 이 작품은 1952년에 그려진 ‘노을풍경’과 사믓 분위기가 비슷해 그즈음에 그린 작품으로 추정됩니다. 바위에 서 있거나 앉은 사람들의 모습과 건너편의 섬 그리고 그 사이로 바다와 배, 배에 탄 사람들 모습이 단순하면서도 무척이나 묘한 감정을 유발하는 색채와 빛으로 마감됐습니다.

평면적이면서 단순하게 면 분할을 한 대상이 인상적이며, 전체적으로 잔잔하면서 서정성이 짙고 색채감 있는 작품으로 바닷가 마을의 소소한 일상과 그곳 사람들의 생애를 아련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정서적 힘을 느낄 수 있는 수작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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