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은숙 경남기후학교 대표
옥은숙 경남기후학교 대표

엊그제 반소매를 입고 땀을 흘렸는데 오늘은 얇은 겨울 외투를 걸치고 정원에 나갔다. 잎이 떨어지기도 전에 겨울이 오는가 보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이 길어진다고 걱정하는 것은 단지 계절적 정서에 근간을 둔 낭만적인 푸념이 아니다. 인류의 생존에 관한 절박한 외침이다.

이 위기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있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과 방법에 기후 위기나 식량 위기, 탄소 중립이라는 무거운 이슈가 등장한다.

개발과 보전, 성장 우선주의와 탄소 중립 실행이라는 가치의 충돌은 정치권의 정쟁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사회를 이끌어 갈 아이에게는 이념으로 오염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여 발등에 떨어진 위기를 이해함과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행동이 생활화되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 목표를 가지고 출발한 비영리 단체가 바로 ‘경남기후학교’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2023년 3월부터 환경 수업은 학교 자체 교육계획을 통해 의무화되었다.

‘경남기후학교’는 지난 상반기 동안 우수한 강사진을 발굴‧육성하고 표준 수업안을 연구하고 편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지난 주부터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환경 전문 강사진 중에는 방과 후 학교나 관련 과목 기간제교사 또는 지역의 비영리 교육 단체 등에서 꾸준히 수업을 해 온 베테랑 강사가 대부분이지만 작년과 올해 상반기에 환경교육사나 자연환경 해설사 취득과정을 거쳐 국가자격증을 딴 강사도 있다. 그러나 이분들도 수업 방법과 내용을 준비하고 시연‧참관하는 과정을 거쳐 거의 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했다.

필자도 올해 상반기에 ‘경남 환경교육원’의 ‘자연환경 해설사’ 과정을 거쳐 환경부에서 주는 국가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러나 직접 수업하기보다는 수업을 보조하거나 대표로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노력한다. 

수업 교구 준비나 지도안 작성, 수업 배정뿐만 아니라 단위 학교와의 정보 교류도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다.

일단 첫 학기 수업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자평한다.

PPT 자료와 각종 시청각 자료는 물론 과학키트나 육각 보드, 카드를 이 용한 모둠 수업은 아이들의 참여도와 집중도를 한층 높였다.

모 교장 선생님은 언제 이렇게 유능한 선생님들로 강사풀을 준비했냐고 놀라기도 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학교 당국도 기꺼이 수업 교구를 구매해서 제공해 주었다. 환경이라는 가치를 우선순위의 앞에 두고 교육활동을 하는 교직원들과 환경이라는 절체절명의 숙제를 풀기 위해서 기꺼이 앞장선 본교의 환경 강사 선생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수업을 막 마친 선생님에게 어떤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네 시간이 벌써 지나갔어요? 언제 다시 올 거예요?”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추진해 온 필자의 노고가 확 풀리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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