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 "노동자 넋 기리겠다" 조형물 설치 신청서 제출
반대범시민단체 "역사왜곡·반일선동 음모 저지하겠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거제 징용동상 설치문제가 보수단체 등이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와 현수막을 내걸며 강하게 맞서고 있어 지역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3일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의 창립회의 모습. @추진위 제공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거제 징용동상 설치문제가 보수단체 등이 동상 설치를 반대하는 시위와 현수막을 내걸며 강하게 맞서고 있어 지역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3일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의 창립회의 모습. @추진위 제공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이 정국을 휩쓰는 가운데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추진위원회'가 추진하는 거제 징용동상 설치문제가 지역사회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동상 설치를 추진하자 보수단체 등이 동상 설치 반대시위와 현수막을 내걸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대립되자 거제시도 자칫 동상 설치 문제가 지역분열과 이념대립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하며 난감한 입장이다.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김백일 장군 동상 및 '김백일친일행적단죄비' 등으로 수년간 반목과 갈등을 겪었던 전례가 있는 시는 찬반 양측과 긴밀한 협의를 계속하면서도 부담스런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추진위는 지난 5월 추진위 결성 후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설치 계획을 밝히며 동상 제작에 필요한 경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4000만원을 목표로 모금활동에 들어갔다.

추진위에 따르면 모금활동에는 지난 8일 현재 거제시민과 사회단체 250명 정도가 참여해 목표액 93%를 달성했고, 조형물(동상) 제작도 이미 완료했다.

추진위는 "일제 강제징용은 여전히 살아있는 고통의 역사로 새로운 미래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올바른 사죄와 배상으로부터 시작한다"면서 "아픔의 역사를 기억하고 역사적 범죄에 책임을 묻기 위해 노동자상을 건립하겠다"는 주장이다.

용산역 광장에 세워져 있는 '일제강제징용노동자' 상.
용산역 광장에 세워져 있는 '일제강제징용노동자' 상.

당초 추진위는 거제시 장승포항 수변공원 앞에 광복절을 기해 지난달 15일 이 동상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허가도 없이 무단설치하는 부담과 보수단체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강행하려 했던 동상 설치와 제막식은 무산됐다.

반발에 부딪힌 이유도 있었지만, 절차 없이 추진하는 것보다 조형물 설치 허가 등의 적법절차를 거치는 '합법' 설치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장승포항 수변공원이 국유지여서 동상 등 조형물 설치 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다는 점도 방향 선회의 이유로 작용했다.

이에 동상 설치예정장소를 시유지인 거제문화예술회관 내 평화의소녀상 옆으로 변경하고 거제시에 조형물 설치 신청서를 제출한 후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거제시 조례에 따르면 공공조형물을 설치하려면 관련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사후관리를 위해 기부채납절차 등 일정한 허가 및 절차를 밟아야 한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내지 1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심의회가 열리더라도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는 안건이라 통과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앞서 거제시는 지난달 추진위가 장승포항 수변공원에 동상설치와 제막식을 강행하려하자 위법사항을 통보하며 '위법 시 법적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또 '거제징용상설치반대범시민단체(범시민단체) 등은 당시 수변공원 현장에서 추진위에 맞서 동상 설치 반대시위를 벌이며 동상 설치 및 제막식 시도를 막기도 했다.

장승포 주민들도 앞선 설명회 자리에서 주민동의 없이 추진위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동상 설치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장승포동 설치 반대의견을 내기도 했다.

한편 추진위는 일제강점기 국제무역항구로서 일본·중국·버마 등으로 한국 노동자들을 강제징용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장승포항 일대에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통해 거제지역에서도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올바른 한일관계 구축을 염원하기 위해 노동자상을 건립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또 노동자상 건립 운동을 통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불평등한 한일관계 개선 및 민족의 자주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노동자상 건립 추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금 목표액을 사실상 달성했고, 이미 제작된 노동자상은 서울시 용산에 있는 노동자상과 유사한 동상으로 가로·세로 1m에 높이 2.1m 규모로, 거제문화예술회관 인근에 서 있는 평화의소녀상을 제작한 작가의 조형물이라고 전했다.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은 2017년 이래 서울 용산역과 제주·부산·대전 등에 설치돼 있다.

사진은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등이 지난 8월14일 '제6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장 인근에 내건 반대 현수막 모습.
사진은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거제건립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등이 지난 8월14일 '제6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기념식장 인근에 내건 반대 현수막 모습.

동상 설치를 막겠다는 범시민단체는 나라사랑연합회·미래희망세움학부모연합·(사)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경남지회·자유대한호국단·한일갈등타파연대 등의 연합체다.

이들 단체는 "반국가적 선전선동의 도구로 악용돼 온 징용노동자상 설치는 역사왜곡 및 법치와 외교에 대한 중대한 정면도전 행위"라고 규정하며 지난 7월 설치 불허 요청이 담긴 입장문을 거제시에 전달하고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단체 소속 한 거제시민은 "상생을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징용상 설치 시도로 반일감정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역사왜곡과 반일선동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진위가 호시탐탐 징용상 설치를 시도할 경우 강력하게 맞서 저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