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민귀식 밀양교회 목사

두달 전 7월 중순, 포항의 해병대 1사단 소속 군인들이 폭우로 인해 엄청난 수해를 입은 예천 지역 주민을 돕기 위한 복구 및 대민 지원 사역에 신속기동부대를 투입한 바 있습니다. 예천 내성천 경진교와 삼강교 사이 22.9㎞ 구간에 119명의 병사들을 투입해서 실종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7월19일 오전 해병대원들은 내성천에서 인간 띠를 이루며 실종자를 찾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반이 내려앉아 채 상병과 함께 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리게 됐습니다. 그 결과 강물에 빠진 2명은 수영을 하며 스스로 헤엄쳐 나오게 됐지만 채 상병은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구조를 요청하며 20m 가량 목을 내밀고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물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해병대에서는 즉시 민간인 수색을 중단하고 실종된 채 상병을 찾는데 주력했으며 또한 상륙용 고무보트(IBS)와 드론·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실시했지만 채 상병을 찾지 못하고 14시간이 지난, 저녁 11시8분께 내성천 고평교 우측 하류 400m 지점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견된 실종자는 빨간 반팔상의에 전자시계를 차고 있었으며 발견 당시 채 상병은 심정지 상태였고 해군포항병원으로 옮겨 공식적인 사망 판정을 받아서 영안실에 안치된 바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는 채 상병의 가족들이 와 있었으며 큰 충격과 절망에 사로잡힌 채 통곡할 수밖에 없었고, 아버지는 물살이 셌는데 구명조끼를 왜 입히지 않았느냐며 분노를 표출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7월20일 채 상병은 해병대 제1사단장에 의해 일 계급 진급하게 됐고 이에 따라 해병대 1사단은 채 상병의 추서 진급을 기념하기 위해 ‘채수근 상병 분향소’를 부대 대강당인 김대식관에 마련했습니다.

7월22일 오전 9시 해병대 1사단 도솔관에서 영결식이 엄수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보국훈장 광복장을 채 상병의 영전에 수여했으며, 그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최종 결정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채 상병 사망 사고 이후,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전모를 명명백백하게 밝히기 위해 해병대에서 수사단장의 보직을 맡고 있었던 박정훈 대령이 수사에 대한 책임자가 되어 사건 전모에 대하여 수사를 했습니다. 

수사 결과를 해병대사령관(김계환 중장)과 해군 참모총장(이종호 대장) 및 국방부 장관(이종섭)에게 직접 보고함으로 수사 결과에 대한 격려와 함께 결재를 받게 됐고, 국방부에서 수사 결과를 국민 앞에 발표하기 바로 직전 상관의 지시로 수사 결과 발표가 취소되면서 뜻하지 않은 이유로 국방부 장관은 자신이 결재한 그 사실을 뒤집어 수사 결과를 축소하도록 하는 외압의 당사자가 되고, 이에 굴복한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부당한 외압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 하면서 국방부로부터 보직이 해임됐습니다.

이후 박 대령은 집단항명의 수괴로 뜻하지 않게 항명자가 됐고, 상관의 명예를 훼손한 군인으로 군 검찰로부터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군사법원으로부터 기각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불행한 현실 속에서 박정훈 전 단장의 구속영장에 따른 기각 소식을 접하게 된 많은 국민은 정부의 그릇된 처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각종 문제점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에 신앙과 올곧은 양심을 가진 한 사람의 기독교 목사로서 지금 윤석열 정부에 대하여 몇 가지 충언(忠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윤성열 정부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하는 점을 늘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본성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비굴한 사람과 무례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약자에게는 겸손하고 강자에겐 올곧은 모습을 보여주는 용기 있는 사람, 의로운 사람을 좋아합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그 한마디 말의 정신과 결단이 윤석열 정부가 탄생하는데 시금석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윤석열 정부의 용산 사람들과 여당 관계자들은 VIP를 옹위(擁衛)하려고 하기 이전에 먼저 국민의 마음과 정서를 바로 읽고 처신해야 할 것입니다. 즉 국민을 위한 언행이 현 정부를 보다 더 귀하게 여기며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는데 더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부와 정당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 국정을 살핌에 있어서 공정과 상식을 위해 희생되거나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전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을 비롯하여 그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지만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기회의 불평등과 과정의 불공정을 비롯하여 결과의 불의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면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보수진영으로 넘겨주는 치욕스러운 수모를 겪어야 했음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현 정권이 출범하면서 내세운 중요한 가치는 '공정과 상식'이었습니다. 이 가치를 현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잊게 된다면 지난 정부가 5년 만에 국민의 외면을 받았듯이 현 정부 역시 외면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는 많은 기대 속에서 새롭게 출범한 비정치인 중심의 정부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내세운 가지를 폐기 처분한다면 더 신랄하고 혹독한 국민의 외면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진정 윤석열 정부가 모든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계속 이어가는 자랑스러운 정권으로 살아남게 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