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풍 경남도의회 의원
전기풍 경남도의회 의원

지난해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며 밀리언셀러 대열에 오른 소설 ‘불편한 편의점’을 기억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독고씨는 서울역 노숙인이었다. 독고씨는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아 준 인연으로 퇴직교사인 염 여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편의점에서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상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내용이다. 

노숙인 독고씨는 겉모습이 지저분하고 말도 어눌하여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사회적 편견이 씌운 외피를 한 겹 벗겨내니 편의점 일들을 누구보다 열심히 해냈고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능력까지 보여줬다.

소설 속 이야기일 줄만 알았던 서울역 노숙인의 변신이 현실에서 실제 일어났다. 서울역 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이미지 중 하나였던 노숙인이 역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으로 탈바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철도공사 그리고 노숙인지원센터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공헌형 일자리 창출모델인 노숙인자립지원사업 덕분이었다.

말 그대로 서울역을 비롯한 전국 11개 역 주변의 노숙인 중 자활의지가 높은 100명을 선정해 역 광장 환경미화와 노숙인 계도 업무를 맡겼다. 하루 3시간씩 월 60시간 일을 하면 급여를 지급하는 형태로 탈노숙 자립을 돕는 일이다. 이렇게하여 지난 11년간 자활사업에 참여하여 자립에 성공한 노숙인만 933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자활사업 성공사례가 계속하여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의 자활사업 정책적 목표는 노동능력이 있는 참여자에게 자활 일터를 통해 스스로 빈곤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에 근거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자활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기업에서 사회공헌사업으로 민·관이 협업하여 운영하기도 한다. 

경남에는 경남광역자활센터를 비롯하여 모두 21개의 지역자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자활사업 참여자는 3,078명으로, 64곳의 자활기업, 216개의 자활근로사업단, 40여개 다양한 자활사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거제지역 또한 농부가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수년 동안 자활사업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자활의지를 갖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비록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조금씩 인식과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게 느껴져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난 18일 경상남도 자활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전국 광역지자체 중 15번째다. 필자는 지난 3월, 자활사업 지원 조례 제정을 위해 경남 자활사업 활성화를 위한 거버넌스형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남의 자활사업 종사자는 물론 대학교수, 시민사회단체, 도청 공직자 등이 참여하여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자활사업 추진은 조례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제 경상남도의 조례 제정으로 자활사업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근거 확보와 함께 의지를 보여주게 되어 매우 기쁘다.

조례를 제정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자활사업 활성화 기금조성이 뒤로 미뤄졌다. 이제 큰 산은 넘었다. 조례제정의 첫발을 내딛었기에 가까운 시일 내 지역자활센터에 훈풍이 불것으로 기대한다.

성공적인 자활사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효과는 지대하다. 당초 구상했던 정책적 목표 그 이상이다. 경제적으로 고립되었던 이들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 공동체 안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는 자활은 각종 사회문제 해결과 함께 건강한 공동체 역량을 모으는 일이다. 

현대의 복잡다양한 세상 속에서 소득양극화로 빈부의 격차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각종 사회문제로 개인적·사회적 불행을 목도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불편한 편의점’ 소설 속 독고씨와 같은 해피엔딩을 기대할 게 아니라 사회시스템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자활사업의 확대 및 추진체계 구축으로 자활사업이 활성화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계획 수립과 실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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