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숙이 거제시장애인복지관장

과학기술 발전과 의료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무병장수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희망이겠지만, 100년을 살아가기까지 수많은 질병과 사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평균적으로 약 80세(대략 75~85세)를 전후해 노화와 질병으로 한두 가지 장애를 가지고 100세까지 살다가 생을 마치게 된다. 말하자면, 이젠 죽기 전에 한두 가지 장애를 반드시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장애는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신체기관이 본래의 제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전적 의미로 장애인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시대에 따라 신체기관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그것을 장애로 인식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장애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지만 개념은 매우 모호하고 논쟁의 여지가 많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해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즉 신체적·정신적 장애라는 의학적 원인과 그러한 원인에 의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는 상태라는 두가지 조건이 충족이 될 때 법률상 장애인으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장애를 보는 사회적 반응이 불행한 개인에게 무작위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으로 간주하고, 장애인은 생물학적 결함을 가진 사회적으로 부적합하다고 인식해 왔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애의 원인을 사회적인 측면에서 보는 시각이 우세해지고, 장애문제에 대해 사회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반응이 우세해졌다. 장애를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조건들의 복잡한 집합체로 보는 것이다. 

즉 장애란 장애인에 대한 제한을 포함하는 모든 것으로, 편견에서 제도적인 차별까지, 접근 불가능한 공공건물에서 사용 불가능한 교통체계까지, 분리교육에서 노동에서의 배제까지를 의미하는 넓은 의미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장애는 개인에게 있는 개별적인 제한이 아니라 장애인의 욕구를 사회내에서 수용하고, 이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대한 사회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사회의 실패 결과는 단순하고 무작위적으로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경험한 장애인들에게 사회 전체를 통해 체계적으로 제도화된 차별을 통해 전달된다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장애를 사회적 환경에 의해 창조된 조건들의 복잡한 집합체로 보는 최근의 흐름은 장애인을 '장애로 인해 사회적 배제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는 장애인을 기피하려는 차별적 사회기제를 없애는 것이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환경은 장애의 경험이나 정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수화통역사가 없는 청각장애인, 접근 가능한 화장실 혹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을 이용해야 하는 휠체어장애인, 화면읽기 소프트웨어가 없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 이해할 수 없는 문자로 돼있는 이용안내서로 서비스를 신청해야 하는 발달장애인 등, 우리들이 아무 불편을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사회구조 내에 장애인들을 기피하기 위해 차별적 환경을 만들어 놓지는 않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건물과 교통수단에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감각기능 손상자들을 위한 신호기 설치, 보건의료·재활·교육 및 다양한 지원서비스를 확대하고, 장애인에 대한 고용기회를 확대하는 등의 사회환경을 변화시켜 '평등한 출발선'을 만들어간다면 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장애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환경에 의해 발생한다는 장애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이로 인한 사회환경의 변화는, 백세시대를 살면서 평생 한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하는 우리가 살아갈 미래에 장애를 장애로 체감하지 않기 위한 준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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