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1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 - 독후감 부문 우수상]
'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을 읽고

유경희
유경희

장승포항을 걸을 때면 항상 벽화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업고, 이고, 안고 끌고 첫발을 내디딘 장승포’. ‘고생 많았소, 어서 오시게’.

많은 피란민의 행렬, 따뜻하게 웃으며 반기는 모습들, 그 길은 기적의 길이라 적혀 있었다.

“엄마, 거제도에 피란민들이 이렇게 많이 왔었어요?”
“그럼, 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으로 거제도 장승포로 많이 왔단다. 흥남철수작전으로 거제도에 도착한 피란민들이 1만4,005명이나 되는걸? 다치거나 죽은 사람 하나 없이 새 생명이 다섯이나 태어나 도착했단다.”

6.25전쟁, 흥남철수작전 많이 들어 보고 역사책으로 접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막상 피란민들의 길을 따라가 보니 마음이 슬프기도 하면서 아픈 느낌이 들었다. 6.25전쟁에 대해 좀 더 관심이 있던 찰나 이 책은 나에게 제목부터 궁금증을 유발했다.

인도네시아인들의 눈에 비친 6.25전쟁! 그 모습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종군기자였다면 전쟁의 참상을 더 가까이에서 맞닥뜨렸을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고 생각지 못했던 여러 모습이 있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종군기자인 목타르 루비스는 기자 신분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종군기자라 이동이 편리했고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며 전쟁의 실상을 기록해 두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은 비참했다. 채소 썩는 냄새와 비린내, 인분 냄새로 마을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가는 곳마다 썩는 냄새와 무너진 건물 더미 폐허가 된 곳. 길이가 2m, 너비 1m밖에 되지 않는 움막에서 생활하는 많은 사람을 보았다. 전쟁이 남긴 건 무너진 땅을 일으켜 세우려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실함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잃었지만 포기할 수 없고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한국인의 의지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의 역사를 보면 그동안 몽골-일본-일제강점기 등의 아픈 역사를 겪었다. 지배를 겪으며 우리 스스로가 창조한 경제적·상업적인 기반이 없었다. 산업 각 분야 모든 것을 책임지는 지도층은 일본인이였기에 독립을 했지만, 우리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다. 

전쟁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미국과 소련에 의해 조국이 두 동강이 나는 것을 우리는 막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헤어졌고 아픔을 겪었다. 목타르 루비스는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힘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전쟁을 겪을 때 힘들었다고 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목타르 루비스는 한국전쟁의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생각까지 했다. 

‘과연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했는가, 한국인들의 고통에 대해선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라는 목타르 루비스의 한 줄이 나의 마음에 와닿았다. 전쟁으로 인해 같은 민족끼리 죽이고 헤어지고 폭파하고,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는 통일이 되지 못한 채 위험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한국인들의 고통에 대해선 관심을 가지고 신경쓰는 사람도 없다. 사실 나는 전쟁이란 말도 많이 와닿지 않는다. 

책으로, 영상으로, 남아 있는 자료로 전쟁을 느끼기에는 먼 얘기로 들린다. 얼마나 비참했을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잘 가질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전쟁의 모습이 조금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목타르 루비스가 타고 다니는 차 옆자리에 앉아 함께 전쟁속의 우리나라를 같이 다니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대한민국이지만, 이해하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또 이 책 속에는 여러나라 종군 기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역사를 기록하고 남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이곳, 저곳을 맹활약하는 장교들의 무용담, 어떤 전투기 조종사가 어디 어디에 폭탄을 투하했다는 등의 승전보, 종군 기자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무용담을 늘여 놓았는데 그것도 재미있었다.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한국 곳곳의 전쟁 속 우리의 모습이나 실상이 상상되며 그 상황이 떠올라졌다.

굶주리며 살기 위해 악착같이 일어나야만 했던 그때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가 그려졌다. 그 한 분, 한 분의 노력이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것이다.

6.25전쟁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 장군이 있다.

이 책 속에도 기록되어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북한은 이미 전쟁 초기에 정예부대 전력을 소진한 후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미군의 제공권·전쟁물자·정예급 전투부대 등 모든 면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었다. 인천상륙작전의 승리로 통일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둘로 나뉘어 버렸다.

전쟁으로 인해 나라는 어수선해졌고, 그 나라를 재건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책 속에 그려졌다. 서울시내 전투로 인해 북한군이 3개월간 점령되었을 때 파괴된 집들, 널브러진 시체들, 굶주린 아이들보다 더 힘들었던 건 매일 밤 우리 국민들을 짓누른 공포심이었다. 밤마다 체포되고 총살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했던 것이다. 이때 총살당한 민간인만 약 5만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무고한 생명이 사라진 것이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 빼앗겼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를 강하게 키워야 한다은 소중한 교훈 말이다. 아픈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의 힘을 키워야한다. 열대 나라에서 온 종군기자의 글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하는 것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는 없다’라는 말을 기억하며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기 과목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역사공부로 잊지 않고 또 기억하고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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