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21회 흥남철수·거제평화문학상 공모전 - 독후감 부문 장려상]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17-6.25 전쟁편'을 읽고

박주연(거제고현초 5년)
박주연(거제고현초 5년)

안녕하세요? 금순이 할머니. 

저는 주연이라고 메르디스 빅토리호가 12월25일 도착했던 거제도에 살고 있어요. 그래서 할머니 이야기를 읽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서 펑펑 울어 버렸어요.

할머니는 참 힘든 세상을 산 것 같아요. 초등학생 시절 6.25전쟁을 겪고 아버지는 군대로 떠나고 흥남철수작전에서 메르디스 빅토리호에 올라 거제도에 도착해서 친척 하나 없는 부산에서 사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희 엄마는 제가 학원 한 번만 쉬자고 하면 "내가 거제도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너희들을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 근데 니가 엄마한테 이러면 안되지?"라고 하거든요. 

특히 학생인 금산오빠가 사진 한 장 남기고 6.25 전쟁에 참전했을 때 얼마나 마음이 속상하고 아팠을지 상상도 안돼요. 그래서 오빠 것까지 챙긴 고구마만 보면 혼자 먹은 게 생각나서 자꾸 오빠 생각이 나시는 거죠?

저도 오빠가 있어요. 금산오빠처럼 멋진 오빠예요. 저는 2·3학년 때 혼자 집에 있는 게 무섭고 두려웠어요. 귀신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싸우던 오빠가 함께 있으면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부모님이 일하러 가서 늦게 오는 날이면 오빠가 즉석 볶음밥도 만들어 주고 같이 씻어주고 머리도 말려 줬거든요. 

우리 오빠도 금산오빠처럼 지금 중학생이에요. 오빠들은 동생이 힘들고 지칠 때 옆에서 다독여 주고 힘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또 깨닫게 됐어요. 

할머니의 오빠가 6.25 전쟁에서 우리나라 편에서 싸워줬기에 저는 지금 거제도에서 매일 매일 학교를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만약 그때 금산오빠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 한국은 없었을 테니까요. 

우리 오빠도 20살이 넘으면 군대를 가야 한대요. 오빠는 군대에 가는 게 젊은 시절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싫대요. 저도 오빠가 군대에 가서 무슨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 돼요. 하지만 오빠는 저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명 군대에 갈 거예요.

그래서 저는 메르디스 빅토리호가 12월 25일 거제도에 도착한 것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아니고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그 배의 선장님도 자신의 나라 국민도 아니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배의 물건들을 버리고 사람을 태웠고 좁은 공간에도 김치1호부터 5호까지 태어난 것도 사람들의 배려와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금산오빠가 전쟁에 나간 것도 내 동생과 엄마를 내가 지켜주기 위한 사랑이었잖아요. 할머니는 사랑받았고 그런 오빠를 위해서라도 더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그래서 남과북이 사랑으로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하나 된 통일을 이룰 때 꼭 오빠와의 추억이 가득한 북한 땅에 갔으면 좋겠어요. 그곳에서 만날 순 없지만, 오빠를 사랑한다고 많이 보고 싶다고 말해주면 금산오빠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할머니.

2022년 9월 22일
거제도에 사는 주연이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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