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곤 거제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회장

김옥곤 거제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회장. @강래선 기자
김옥곤 거제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회장. @강래선 기자

"트라우마 심하지만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한동안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힘들 정도로 트라우마가 심했습니다. 이 정도의 후유증이 있는 줄 알았다면 선뜻 나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난달 12일 남부면에서 발생한 여차 전망대 차량 추락사고 최초 신고자이며 시신 수습에 직접 나선 거제소방서 의용소방대 연합회 김옥곤 회장은 그날 사고의 처참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 것을 후회하지만 우리 마을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억에서 하루라도 빨리 지우기 위해 술도 마셔보고 다른 일에 정신을 쏟아도 봤지만 지금도 잠을 자려고 누우면 잔상이 떠올라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집 마당에서 보면 사고 현장이 한눈에 보여 더 잊기가 힘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날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아침을 먹고 마을 어장을 둘러보기 위해 나설 준비를 하고 있을 무렵 한려해상국립공원 공무원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지난달 12일 여차전망대 추락사고 당시 배를 타고 수습을 돕고 있는 김옥곤 연합회장. @김옥곤 회장 제공
지난달 12일 여차전망대 추락사고 당시 배를 타고 수습을 돕고 있는 김옥곤 연합회장. @김옥곤 회장 제공

여차전망대 주변 안전펜스가 망가져 있는데 혹 소방서에 신고된 것이 있냐는 내용이었다. 

뭔가 찜찜함을 느끼고 전망대로 올라가 보니 차 한 대가 지날 정도로 펜스가 망가져 있었고 차량 파편이 보였다. 마음속으로 '이상하다 얼마 전에도 없었는데 바다로 나가서 확인해 볼까' 생각하던 차에 면사무소 직원이 찾아와서 바로 바다로 나가게 됐다. 

배를 타고 나가 보니 형체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파손된 차량이 갯바위에 걸려 있어 순간 사고를 직감하고 바로 119에 신고했고 얼마 후 해경 경비정이 도착했다. 그러나 수심이 낮아 접안을 할 수 없어 김 회장의 배에 소방관들이 타고 사고 현장으로 가서 이번 사고는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처음 사고를 신고한 김 회장은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소방관들을 지켜보고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사람들인지 그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강조했다. 

자신도 20년 이상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하면서 선박 화재·어선 전복 사고 등 10여 차례 궂은 주검을 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처참한 시신은 처음이었다고 한다. 

서넛 시간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김 회장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꺼릴 일들을 소방관들은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는지 새삼 경외감이 들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김옥곤 거제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회장. @강래선 기자
김옥곤 거제소방서 의용소방대연합회장. @강래선 기자

# 사회의 등불 소방관

거제소방서 의용소방대는 28개대 1460명 정원에 현원 612명으로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동 지역은 그나마 인구가 많아 봉사하려는 사람이 있지만 면 단위에는 젊은 사람이 없어 의용소방대 자원을 찾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거제소방서 김창규 소방관은 "지리적 특성상 수난사고 발생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커버할 수 있는 소방서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는데 수난전문 의용소방대와 선박전문의용소방대의 활동은 너무 감사하고 든든하다며 그 존재감은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도 김 회장이 속한 남부면 선박전문의용소방대가 없었다면 신속한 사고 수습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용소방대의 활약을 치켜세웠다.

김 회장은 50년 세월을 함께한 고향 바다가 점점 쇠락해 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은 많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마을이장과 발전협의회·주민자치회 여기에 의용소방대까지 1인 4역으로 개인 일보다 마을 일에 더 열심인 그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느낀 것이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음지에서 고생하는 소방관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기에 혹 사고 현장에서 만나며 수고가 많다고 여러분이 있어 우리가 편안하게 살고 있노라고 한번쯤 말해주기를 부탁했다. 

또 여력이 된다면 의용소방대의 문을 두드리고 같이 살기 좋은 거제시를 만드는데 동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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