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김동성 본지 대표이사

새해 벽두부터 전국 지자체마다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을 위한 홍보 열기로 뜨겁다. 유명 연예인들이 고향이나 마음의 고향에 '1호 기부자'로 등록하는 퍼포먼스를 하는가 하면, 지자체장들이 자매결연도시에 서로 기부하는 행사도 한다. 

거제시도 지난해 '고향사랑 기부금 모금 및 운용에 관한 조례(고향사랑 기부금법)'를 제정했고, 지금까지 740만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은 해당 지자체의 주민이 아닌 사람이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연고가 있거나 관심있는 지자체에 기부를 할 수 있는 제도다. 기부금의 100분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 등을 기부자가 선택해 답례품으로 받을 수 있다.

또 10만원까지는 연말정산을 할 때 전액 세액공제 되며, 10만원 초과분은 100분의 16.5만큼 세액공제를 받는다. 기부금을 낼 것을 강요하거나 적극적으로 권유·독려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벌칙 규정도 있다.

이 제도는 일본의 '고향납세제'가 시초다. 일본은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2008년에 '고향납세제'를 도입했다. 도입 첫해인 2008년 865억원이 모금됐으나 14년이 지난 2021년에는 8조3024억원이 모금돼 96배로 증액되는 등 성공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고향사랑 기부제 시작 연도인 올해부터 향후 몇년간은 지자체 사이에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별로 모금액을 높이기 위해 홍보와 답례품 품목선정 등에 부심할 것이다. 지금은 도입 초창기라서 이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많을 것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10만원을 기부하고 3만원의 답례품과 10만원의 세액공제는 초기 유인전략으로 아주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으로는 지자체가 기부금을 지속적으로, 또 금액을 해마다 늘려 나가는 데에는 한계가 따를 것이다. 해가 갈수록 기부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고 금액이 줄어들 우려도 있다. 

이러한 기부금 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대책을 몇 가지 제안한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기부자에게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 번째, 거제시를 정체성이 있는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거제가 과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었으며, 현재 추구하는 정체성과 미래 비전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기부를 하는 대다수 사람들은 그 도시 발전에 기여한다는 '뿌듯함'을 갖게 된다. 

두 번째, 거제시민 각자가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친절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거제를 방문했을 때 불안한 기억이 있거나, 지역 공무원·시민으로부터 불친절을 경험했거나 도덕적으로 부정적 뉴스를 접했다면 기부금 모금에 치명적인 방해요인이 될 것이다. 도덕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도시에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세 번째, 환경적으로 깨끗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쓰레기 없는 깨끗한 도시, 모든 오수가 하수처리시설에 연결돼 깨끗해진 하천과 바다, 수시로 준설해 항시 청결한 도심지 우수관로, 관리된 가로수목, 깔끔한 재래시장, 위생적인 음식점, 청결한 공중화장실 등 깨끗한 도시 이미지 조성을 위한 대상들은 차고 넘친다. 

네 번째, 기부금을 재원으로 해 조성될 기금은 기부자가 관심을 가지는 사업을 발굴·집행해야 한다. '고향사랑 기부금법'에 명시된 사업 외에도 '그 밖에 주민의 복리증진에 필요한 사업의 추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원하는지 기부자를 대상으로 직접 조사를 해서 기부자가 실제 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외에도 여러 방안이 있겠지만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간다면 분명 믿음을 주는 도시,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거제시에 기부해 달라고 읍소하는 수준 낮은 홍보전략은 지양하고 정체성·도덕성·환경적으로 깨끗함을 갖춘 매력적인 도시, 믿음이 가는 도시 만들기에 24만 시민 모두가 마음을 보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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