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돈 거제소방서장

주태돈 거제소방서장. /강래선 인턴기자
주태돈 거제소방서장. /강래선 인턴기자

"15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사건 이후 잠들지 않는 안전의 파수꾼 소방 공무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음지에서 묵묵히 고생해온 이들의 어깨가 축 늘어진 모습에 나 자신도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34년간 화재 현장에서 시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방염복을 입고 소방호스를 잡은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밝힌 주태돈(58) 거제소방서장은 지금의 아픔과 시련도 다 지나간다며 칭찬과 대가를 바라고 해온 일이 아니었음을 상기시켜 줄 뿐이라고 전했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화재와 인명사고에 대비하며 입술을 깨물고 현장에 나가는 후배들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소방관의 기도를 읊조리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어느 소방관의 기도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신이시여 아무리 뜨거운 화염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내가 늘 깨어 살필 수 있게 하시어 가날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하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자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주태돈 거제소방서장의 대형건축공사장 현장지도 방문 모습. /거제소방서 제공
주태돈 거제소방서장의 대형건축공사장 현장지도 방문 모습. /거제소방서 제공

Q. 화재가 빈번해지는 겨울철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A= 순간의 방심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기에 철저한 현장 방문으로 사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고층건물과 공사현장·재래시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시설에는 소방 책임자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될만한 불씨를 사전에 제거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거제지역에는 특별한 위험시설이 많지는 않지만 대우·삼성 조선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선박 화재에 대비를 많이 하고 있다. 또 U2기지도 위험시설로 분류 현장에서 잘 관리하고 있는가에 대해 수시 로 안전 대책을 공유하는 등 사전 예방에 방점을 두고 있다.

Q. 화재·응급구조 등 시민을 생명을 담보하는 일을 맡고 있어 많은 인력·장비가 필요할 것 같은데 부족함은?
A= 인력과 장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국가 예산이 한정돼 있기에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일에 조직이 최적화돼 있다.

현장에 맞는 대응 단계 발령으로 1차 단계는 거제시 인력과 장비로, 그 범위를 벗어나는 사고는 인근 지역 인력과 장비를, 이 범주를 벗어나며 중앙정부의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기에 문제는 없다. 다만 초고층 건물이나 화학약품 등 위험물 저장시설 화재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주태돈 거제소방서장의한화리조트 현장지도 방문 모습. /거제소방서 제공
주태돈 거제소방서장의한화리조트 현장지도 방문 모습. /거제소방서 제공

Q. 의용소방대 등 민간 조직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A= 24만 거제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에는 소방서 인력과 장비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거제지역에는 28개 대대 600여명의 의용소방대가 잘 조직돼 있어 화재 예방은 물론이고 여름철 수상안전·산불감시·응급구조 등 다양한 활동에 힘을 보태주고 있어 든든하다.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봉사 정신으로 임하고 있고, 특히 거제소방서를 빛내는 여성의용대의 감초 같은 역할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Q. 거제는 국내 최대의 대형 조선소가 두 곳이나 있어 화재 예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A= 앞서 말했듯이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선체 구조를 모르는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위험물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소와 합동으로 사전 모의 훈련을 통해 늘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도 조선소 안전 담당자들과 모여 현장 적응 훈련을 통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등 소통하고 있다. 또 거제 특성상 항·포구에 정박한 어선들이 많다. 이곳도 겨울철 가스로 인한 화재 발생이 빈번하기에 현장 예찰 강화와 해양경찰 등 주변 관계기관과 소통 창구를 만들어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고 있다.

주태돈 거제소방서장의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 현장지도 방문 모습. /거제소방서 제공
주태돈 거제소방서장의 거제파노라마케이블카 현장지도 방문 모습. /거제소방서 제공

Q. 상기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태원 참사 사고에서 반면교사 삼아야 할 부분은.
A= 먼저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인들과 유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참사 현장에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으로 남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동료 후배들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니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는 34년 소방 공무원으로 화재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지 못한 죄책감이 얼마나 큰 트라우마로 남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아직 조사중인 사건이라 말하기 조심스럽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고가 날 수 있는 전조 전황을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과 현장에서 감당할 수 있는 대응 단계 발령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게해준 것이라고 본다. 

Q. 거제시민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A= 거제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춘 천혜의 해양관광 도시이다. 박종우 시장도 거제 미래 100년을 말하면서 내세우는 구호가 관광산업 활성화이다. 그렇다면 시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을 위한 안전도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7월 거제소방서장으로 취임해 거제를 돌아보니 10년 전 근무했을 때나 지금이나 소방서는 변한 것이 없다. 협소한 청사에는 소방호스 하나 펼칠 수 있는 공간도 없다. 화재와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 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체험시설은 꿈꾸지도 못한다. 

하루속히 행정타운 완공으로 소방서가 신축·이전돼 학생들을 위한 교통·화재·물놀이 안전 체험시설을 갖춘 다목적 소방서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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