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유치 위한 디지털 전시관 위주 기념공원 가닥
사전 전시자료 수집·전문가 검토없이 리모델링부터 추진

거제시가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 기본안 확정보고회를 열었지만 전시관 위주의 기념공원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텅빈 채 진행된 본안 확정보고회 모습. /사진= 백승태 기자
거제시가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 기본안 확정보고회를 열었지만 전시관 위주의 기념공원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텅빈 채 진행된 본안 확정보고회 모습. /사진= 백승태 기자

거제시가 최근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전시관 위주의 기념공원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보여주기식' 사업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업에 앞서 전시자료 수집 및 전문가 자문 등이 우선이지만 리모델링 후 전시자료를 수집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다.

시는 지난 7일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 기본안(전시설계 및 제작설치) 확정보고회를 진행했다.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 기본안에 따르면 이 사업은 한국전쟁 당시(1950년 12월) 흥남철수작전의 최종 도착지인 장승포항에 국내 유일의 인도주의적인 역사테마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모두 15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장승포여객선터미널에 평화광장을 조성하고 건물을 리모델링한 후 흥남철수작전과 관련된 사진과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테마전시관을 계획하고 있다.

당초 이 사업을 위해 거제시는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 사용된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인수해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좌절됐다.

이후 옛 장승포여객선터미널을 현충시설 설치 국가사업으로 추진하는 계획을 세우고 현충시설심의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자원개발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시관 1층에는 흥남철수작전의 역사성과 휴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전시관을 만들고 2층에는 영상관 위주의 전시관, 3층 옥상에는 나무데크·휴게벤치 등의 시설을 갖춰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휴게시설 및 카페, 야외에는 평화와 인도주의 상징 조형물과 휴식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앞서 진행한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 기본안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최종보고회 없이 실시설계를 진행할 방침이며, 전시설계가 확정된 이후 전시설계를 맡은 용역업체가 자료수집 후 전문가 자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가 차별화 없이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기록물을 나열하는 전시공간 설치에만 급급할뿐, 정작 흥남철수작전의 뜻을 기리고 흥남철수작전의 역사적 의미를 재조명하는 것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거제지역에는 이미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 내 평화공원·칠천량해전공원·김영삼대통령 기록전시관·청마기념관·조선해양문화관 등 전시를 위주로 한 콘텐츠가 넘치고 있어 새로운 관광자원 개발 측면에서도 특별함이 없어 보인다.

현재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앞서 거제시가 계획·조성한 뒤 운영은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게 맡겼던 비슷한 시설의 사례를 답습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갑생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흥남철수기념공원 조성사업이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일반적인 기본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의 자문이나 자료 확보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도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재 자료확충 계획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전시설계 업체에 맡길 것이 아니라 자료확보를 위한 별도의 용역이나 전문가 자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민 A씨는 "국비를 따오고 전시관을 만드는 일에만 급급해 정작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담고 어떤 효과가 기대되는 지에 대한 고민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