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최영희 대표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지난 2014년 거제에 휴양차 왔다가 자석에 쇠붙이가 끌리듯이 바다에서 물질하던 해녀에 홀려 나도 해야겠다고 결심, 시청 수산과를 찾아가 해녀가 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때 시청 공무원이 거제시나잠협회 회장에게 연락해서 만나게 해줬고, 회장을 만나 떼쓰듯이 해녀가 되고싶으니 물질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그러나 회장은 단박에 거절하고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문전박대 했다고 지난 일을 회상한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최영희 대표.

문전박대 당한 후 일주일에 사나흘을 찾아가 허드렛일을 하며 정성을 보였다.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오라고 연락이 와서 찾아갔더니 물질할 때 입는 잠수복을 맞춰주며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해녀 활성화에 힘을 쏟는다는 약속을 받고 물질을 사사해줬다고 했다. 

그때의 인연으로 해녀협동조합을 만들어 4년 동안 조합장을 맡아 권익보호와 소득증대 사업에 매진했다. 

특히 해녀학교 설립으로 유일하게 거제지역만 육지 해녀가 늘어나는 기현상을 창출한 것에 대해 지금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불협화음은 있었지만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일을 하는데 남 눈치 보면 할 수 없다고 판단, 밀고 나간 것이 개인적으로는 적을 많이 만들어 손해를 본 게 더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해녀협동조합, 학교 설립에 뿌듯 

2015년 해녀협동조합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닐 때 설움도 많이 받고 온갖 거짓 소문으로 속도 많아 상했지만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나중에는 나의 본심을 알아줄 것이라고 믿고 묵묵히 일만 했었다고 회고했다. 

해녀협동조합 조합장을 맡아 처음 시도한 것이 자체 판매 유통망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목숨을 담보로 해녀들이 잡은 수산물을 유통 상인들이 칼질하듯 가격을 정해놓고 가져가서 자기들만 배 불리는 구조를 개혁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수산물을 모아 직접 외지 시장에 가지고 가서 판매하는 등 기존 판매 관행을 개혁하고자 노력했다. 또 해녀들의 고령화로 거제해녀 자체가 없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젊은 해녀 양성의 필요성을 깨닫고 시와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 해녀 학교를 설립했다. 

또 어린 학생들에게 바다의 중요성과 해녀문화와 역사를 가르쳐 주는 해녀문화 체험수업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 해녀를 알게해준 것이 가장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해녀협동조합 일을 끝내고 2018년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협회 법인을 설립 전국 각지에 흩어진 해녀들을 한데 모아 사라져가는 해녀문화 계승과 해녀 양성을 위한 일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거제해녀를 위한 일에 열정을 불태웠다면 이젠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받은 해녀문화를 체험마을 건립으로 세계에 알리기 위한 원대한 꿈 실현을 위해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희 대표는 아직도 왜 해녀가 좋은지, 왜 내가 이일에 목숨을 거는지 자신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될 일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으니 내가 하는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해녀문화 관광 콘텐츠로 충분한 자산

최 대표는 해녀가 돼 거제에 정착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제주도에 태어나 학창시절은 전주에서 지내고 서울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하고 첫 직장이 유치원 교사였다.

교사로 일하던 중 방학때 지인의 권유로 백화점 판매사원을 잠시 한 인연으로 자신도 몰랐던 영업 수완을 발견, 직업을 바꿔 백화점 입점 매장 판매사원부터 시작해 총괄 매니저로 20여년을 일했다. 

이 과정에서 업무능력은 인정받았지만 늘 남 좋은 일만 해준다는 생각과 독립매장을 운영해보고 싶어 그 당시 백화점에는 매장이 없었던 외국 브랜드 모자 판매장을 열어 나름 큰 성공을 일궈냈다. 

이것이 발판이 돼 (사)한국프랜차이즈협회 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발전을 위해 뛰었다. 그러나 이것이 소상공인을 내몰고 대기업만 살찌우는 일이라는 판단이 서서 그만두었다고 한다.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최영희 한국해녀문화전승보존회 대표.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이후 모 식품회사 개업 매장 책임자로 제의받고 일하던 중 거제지역 매장 개설을 위한 입지 분석차 왔다가 해녀에 매료돼 진짜 해녀가 된 그녀는 "지금도 거제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해녀 문화를 관광 콘텐츠로 활용한다면 천만 관광객 방문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거제시가 새로운 시각으로 해녀 문화를 볼 필요가 있으며, 조선업도 중요하지만 이제 거제가 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에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후 뉘엿뉘엿 저무는 석양을 보며 아름다운 도시 거제와 거제해녀 발전을 위해 인생 후반기를 불태우고 있는 최영희 대표의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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