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지난 8월 뜨거운 여름 햇살보다 더 강렬했던 대우조선 하청지회 노동자 파업이 전국 핫 이슈로 언론을 도배했던 시기에 자청해서 거제경찰서로 부임한 정병원(51) 서장은 '다함께 만드는 안전한 거제'를 만들어 나가는 지휘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병원 서장은 "경찰 400명이 24만 거제시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경찰 관련 단체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경찰서장이라는 생각으로 소통할 때 안전한 거제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즉 지역 자율방범대는 물론이고 모범 운전자회·녹색어머니회 등 민간 자치조직과 함께 경찰이 움직일 때 시민의 안전은 지켜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장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것이 경찰이 먼저 수요자 중심으로 눈높이를 맞출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예로 도로 역주행 사고로 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상기하며 교통 표지판과 신호체계를 처음 거제를 방문하는 사람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바꿔 나가고 있다.

또 지구대에서 범죄 우범지역 현장 순찰을 자체 작성하기 보다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와 주민자치위원회 등 시민의견을 반영해서 정하는 수요자 중심의 치안 체제로 개선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서장은 리더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에 따라 조직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과거 힘으로 눌리는 상명하달은 이젠 통하지 않으며 함께 하는 조직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때 조직은 톱니바퀴처럼 굴러갈 수 있다고 밝혔다.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 수요자 시민 중심 치안 체제 개선

그가 경찰을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고 도전장을 내민 것은 너무나 평범했다. 멋진 제복과 단체생활을 통한 남자들의 의리가 어린 마음에 좋아 보여 고등학교 진학 후 장래희망을 쓰는 생활기록부에 3년 내내 경찰관을 표기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학력고사 후 경찰대학교에 지원하려고 하니 담임 선생님이 경찰대 원서 쓰고 싶으면 부모님 모시고 오라고 해 어머님이 선생님을 찾아뵙고 난 뒤 원서를 쓸 수 있었다고 한다.

정 서장은 "30년 공직 생활에서 얻은 경찰은 기본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경찰을 가리켜 민중의 지팡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존중과 배려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라는 이유가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로 칭찬받기 위해서는 일선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의 사기진작이 우선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는 경남 23개 경찰서중 양산 다음으로 사건사고가 많은 지역인데다 근무 환경마저 열악해 전출 희망자가 절반을 넘는 실정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표창이라는 당근은 지구대 현장 근무자에게 우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말을 먼저 앞세우지 않고 서장이 직원들과 항상 함께하고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8월 함께 근무한 동료 경찰이 폐 질환으로 사망하자 퇴근 후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에 감동, 유가족이 고인을 위로하고 잘 보내줘서 고맙다며 대접을 하겠다고 경찰서를 방문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경찰서장으로 첫 부임지가 거제여서 애착이 남다르다고 밝힌 그는 올해 전국 258개 경찰서 치안 성과평가 전국 1위와 제1회 경남도 자치 경찰위원회 대상을 받아 더욱 '임중도원(任重道遠)'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수상을 하기까지에는 400여명의 경찰들이 한마음으로 시민을 섬기고 봉사하는 자세로 현장을 지켰기에 가능했다며 일선 지구대 경찰이 포상 부분에서 우대받는 것을 당연시 함으로써 현장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경찰이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 시민과 부대끼는 지구대 경찰 먼저 포상

30대 초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화장장에서 본 하얀연기가 자신의 인생관을 바꿨다고 밝힌 그는 그때부터 '존중과 배려,  정직과 겸손'을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진리를 깨닫고 난 뒤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간단하고도 어려운 것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상명하복이 절대적인 직장에서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고, 나아가 시민들을 섬기는 공복의 자세를 지켜나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살아오면서 경찰이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적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너번 있었는데, 이중 2005년 제17회 APEC 정상회의 부산 개최가 확정된 이후 26개국 정상들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단장을 맡아 대입 수능일을 일주일 연기시킨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거제경찰서 정병원 서장. /사진= 강래선 인턴기자

당시 청와대를 비롯 관계 부처 실무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수능 일자 연기를 말하자 모든 눈이 집중됐지만 차분하게 아홉가지 예를 들어 이유를 설명하니 수긍하고 얼마 후 그해 수능일이 일주일 연기 됐다.

또 부산 남부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시절 광주에서 60대 중년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사라진 실종 신고접수 후 부산으로 내려와 터미널 주변 영상을 확인하고 택시로 이동한 목적지를 수색해 찾고 직접 설득해 가족을 만나게 해준 사건은 모 방송에 출연해 사건 해결을 재연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대 졸업 후 초임 시절에는 어디까지 진급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서른 즈음에 인생관을 바꾸고 난 뒤 승진보다는 현재에 충실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만족하는 삶을 살자고 스스로 채찍질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정병원 서장은...

- 2001. 7. 경감
- 2012.10. 경정
- 2012년 강서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2013년 부산청 112종합상황실장
- 2014년 강서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2015년 사하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2016년 남부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2018년 사하경찰서 생안과장
- 2020년 남부경찰서 여청과장
- 2021.8. 총경
- 2021년 경남청 112종합상황실장 / 치안지도관(교육)
- 2022년 경남청 여성청소년과장
- 2022.8.16 거제경찰서장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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