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속담에 '젊었을 때 여행하지 않으면 늙어서 얘깃거리가 없다'고 했고, 인도 속담에는 '가장 귀중한 자식에게는 여행을 시켜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석학 이어령 선생도 '여행의 양이 인생의 양이다'고 했다.

여행은 순례라는 종교적 행위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여행 '트래벌(travel)'은 그 어원이 '고행·고생·고난'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트라베일(travail)'이다. '집을 떠나 여행하는 것은 고생'이라는 것이다. 시쳇말로 압축하면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지금이야 교통수단이 좋고 사전정보도 충분, 안전도 확보돼 여행하는데 별탈이 없지만, 옛날에는 모험 그 자체였다. 통일신라 때 승려 혜초가 인도를 순례하고 쓴 '왕오천축국전'만 해도 그 여행길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행로였는지 짐작이 간다.

고통에서 유래된 여행이 여가의 개념으로 재탄생하면서 생겨난 '투어(tour)'는 18세기 후반에 생겨난 근대사회의 개념이다. 여행(旅行)은 '가는 일'이라는 뜻으로 인간의 본능적 행위로 여행 자체의 즐거움이라면, 관광(觀光)은 '구경한다' 보다 구체적이면서 특정한 목적을 지닌다.

여행이 홀가분하게 떠나는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행위인 반면, 관광은 상대적으로 목적성이 강하고 집단적·경제적이다. 여행이 일상적 취미인 여가의 영역이라면, 관광은 주로 산업적·정책적·학문적 영역으로 다뤄진다. 여행이 사업으로 다뤄질 때 관광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행은 인문학적 용어라면 관광은 사회학이나 경제학적 용어다. 관광정책·관광산업은 있어도 여행정책·여행산업이라는 말은 없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그러나 다른 점은 여행은 다시 되돌아오지만, 인생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여행에는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인생은 내비게이션이 없는 길이다. 우리 인생이 여행이 됐든 관광이 됐든 이를 통해 행복해져야 한다. 행복을 위한 여정, 그것이 삶의 목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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