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남녀가 있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남자가 외국으로 떠나게 됐다. 출국 때 남자가 말했다. "내가 일년 후 그대에게 장미꽃을 보내 줄께. 그때 장미꽃이 백송이가 안 되면 날 기다리지 말아줘." 그리고 일년 후 장미꽃이 배달돼왔다. 여자는 장미 꽃송이를 세어보고 또 세어 봤지만 장미는 99송이 밖에 되지 않았다.

여자는 실망해 카드를 읽을 생각도 못하고 울다가 얼마 후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그런데 그 카드 속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마지막 장미 한 송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당신입니다. 당신은 나의 영원한 한 송이 장미입니다.' 누군가가 좋은 예화거리로 쓴 글이겠지만 장미꽃은 늘 사랑의 증표로 쓰였다.

'장미꽃을 빼고 서양문학을 말하는 것은 달을 빼고 이태백을 말하는 것과 같다'고 최인훈이 소설 '회색인'에서 말한 것처럼 서양사람들의 장미사랑은 각별하다. 이른바 중세시대 영국의 30년 전쟁도 장미 색깔로 치른 전쟁이라서 '장미전쟁'이라고 부른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장미꽃을 보자마자 너무나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서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내밀었다. 그러자 꽃 속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침으로 에로스의 입술을 쏘고 말았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어머니 아프로디테가 벌을 잡아 침을 빼내 장미줄기에 꽂아 뒀다. 그런데도 에로스는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마다 않고 여전히 장미꽃을 사랑했다.

장미는 '사랑, 아름다움' 외 '비밀'이라는 의미도 있다. 어머니 아프로디테의 불륜을 하포크라테스에게 들키자 그 아들 에로스는 이야기하지 말라며 뇌물을 바쳤는데 그게 바로 장미꽃이었다. 이런 신화 때문에 고대 로마에서는 장미를 침묵의 상징으로 여겼다.

장미의 계절이다. 곳곳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장미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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