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 / 언덕 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1941년 가수 백난아 씨가 부른 이 노래는 80년이 더 지난 지금도 향수를 달래는 대표적인 노래가 됐다. KBS '가요무대'에서도 가장 많이 불린 노래 1위가 '울고 넘는 박달재'이고, 2위 '찔레꽃'일 만큼 애창되고 있다.

찔레꽃이 피기 시작하는 무렵을 '찔레꽃머리'라 한다. 참 예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머리'는 '처음'을 뜻한다. 그러니까 '찔레꽃 필 무렵'은 5월의 시작을 뜻한다.

찔레꽃은 작고 수수하지만 짙고 화려한 향기를 가진 매력적인 꽃이다. 꽃의 질박함은 흰옷을 좋아하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통한다. 그리고 유독 햇살을 좋아해 5월의 따사로운 햇빛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피어 향긋한 꽃내음을 뿜어낸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찔레꽃은 슬픈 꽃이다. 이제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보릿고개'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 배고픈 시기가 바로 찔레꽃머리다.

어릴 때 배가 고프면 찔레 꽃잎을 따서 먹기도 했고, 새순 돋은 연한가지를 꺾어 껍질을 벗기고 입에 넣으면 처음에는 쌉싸래한 맛이 받히지만 뒤끝은 단맛이 흘러 그것으로 배고픔을 잊곤 했다.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눈물 나는 기억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 배고픔을 이렇게 아름다운 말로 환치할 수 있는 조상들의 슬기가 그 어떤 시인의 시적은유보다 낫다.

찔레의 완성은 가을에 굵은 콩알만 한 크기로 빨갛게 익는 '영실(營實)'이라는 열매다. 배고픈 산새들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한방에서는 '석산호(石珊瑚)'라는 귀한 약재로 쓰인다.

찔레는 화려하진 않지만 자기만의 향기로운 삶을 가꿔 간다. 오늘날의 장미는 찔레가 원종인데도 사람들은 장미에만 눈이 가고 찔레는 시선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찔레꽃머리는 이를 괘념치 않고 당당히 자신의 존재와 생명의 섭리를 드러내고 있으니 찔레꽃 찬가라도 불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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