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체병'이라는 것이 있다. 없는 놈이 있는 체, 못난 놈이 잘난 체, 모르는 놈이 아는 체 하는 것이다. 이는 체면문화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때론 이런 허세로 분에 넘치는 지위를 차지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엉터리 악사 남곽의 이야기가 꼭 알맞다.

전국시대 제나라 선왕 때였다. 왕은 우(竽·생황)라는 피리 합주를 감상하는 취미가 있었다. 왕의 뜻에 따라 우 연주에 능한 악사들을 최고의 대우로 초빙했다. 그렇게 해서 300명이 넘은 대 악단이 조직됐다.

남곽(南郭)이라는 한량이 있었다. 남곽은 왕을 찾아가 자신이 우 연주에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속였다. 남곽이 악단에 끼여 연주를 하는데 고개를 좌우상하로 흔들다가 감정에 몰입되면 멍때리기도 하는데 그 동작만으로는 최고의 전문가 수준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부는 흉내만 낼 뿐이었다.

왕도 속았다. 남보다 더 많은 봉급과 대우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선왕이 죽고 아들 민왕이 등극했다. 민왕은 합주보다는 독주를 좋아했다. 악단은 해체되고 단원들은 모두 왕 앞에서 우를 독주해 실력을 검증받아야 했다. 남곽은 그동안 왕을 속인 죄가 들통나면 목숨조차 부지못할 지경에 이르자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다른나라로 도망가고 말았다.

이 고사에서 '남곽의 엉터리 연주'라는 뜻의 '남곽남취' 그리고 '능력도 없으면서 자리만 채운다'라는 뜻의 '남우충수(濫竽充數)'라는 말이 생겼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제 한 달만 지나면 지방선거가 있다. 이때만 되면 깜냥도 안 되고 분수도 모르면서 남곽처럼 자기가 최고의 전문가인양 설쳐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뽑혀 봉사하고 싶다고 소리친다. 자기만큼 봉사할 사람도 없고, 자기만큼 실력있는 사람도 없단다. 진짜로 봉사하고 싶어 그러는 걸까.

자리만 차고 앉아 세금을 축내는 남곽 같은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면 선거를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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