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임인년(壬寅年)이다. 임(壬)은 검은색, 인(寅)은 호랑이로 '검은 호랑이(黑虎)해'가 된다. 호랑이의 순우리말 이름은 '범'이고, 한자로는 '호(虎)'다. 범은 무섭고 사나우면서 한편으론 신령한 존재라 입에 담는 것조차 두려워했기 때문에 범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어가 되면서 민간에서는 호랑이라고 부른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은 함부로 호랑이라는 말을 입에 담지도 말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호랑이의 어원이 '호(虎)와 ~랑이'의 합성어냐, '호(虎·범)와 랑(狼·이리)'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형태인가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정확한 것은 없다. 처음에는 무서운 맹수를 지칭하는 일반명사였으나, 호랑이라는 말이 범보다는 덜 무섭고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범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호랑이로 굳어졌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신앙의 대상이 됐다. 호랑이를 산군(山君)이라 함은 곧 산신령을 의미한다. 실존하는 동물이면서도 상상의 동물인 용(龍)과 쌍벽을 이룬다. '용호상박' '좌청룡 우백호'라든지, 정월초하루 대문에 붙이는 '용호문배도'도 그렇다.

호랑이는 자연의 먹이사슬 중 가장 최강의 맹수이며 포식자이기에 인간에게는 두려운 존재였다. 그러므로 민간에서는 신성시하면서도 인간과 매우 어리숙하고 친근한 관계로 설정해 무서움을 피하려 했다. 토끼 꾀에 속아 물고기를 낚시하려고 냇물에 꼬리를 담갔다가 꽁꽁 얼어 꼼짝도 못하는 모습이나, '호랑이와 곶감'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도 호랑이는 해학의 대상이 된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판소리 소설인 별주부전의 대사중에 '범 내려온다'는 구절을 모티브로 만든 한국관광 홍보영상물이 난리가 난 것은, 무서운 범을 이웃집 아저씨가 오듯이 친숙한 동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노래를 들으면 어깨춤이 들썩거려지듯이 올해는 좀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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