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시자 가장 극렬하게 반대한 집단이 사대부와 양반들이었다.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에 깨우치고, 어리석은 자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고 했으니 글을 쉽게 익히면 국민이 똑똑해져 통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금년 8월에 황금의 4일연휴가 있었다. 광복절이 일요일이라 16일 대체공휴일과 코로나로 지친 국민의 피로감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17일 임시공휴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회에 나온 행정각료가 말했다. "사흘 동안 연휴입니다." 그러자 국회의원이 "4일 아닌가요?" "예. 맞습니다. 4일 사흘간입니다." '사흘'의 사를 4로 안 무지의 소치였다. 사흘과 나흘을 구분 못하는 이 높으신 분의 영어실력은 대단할 것이다.

조선 말기 외래문물이 물밀 듯이 쏟아질 때도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나라를 영어가 아니라 '미국'이라 불렀고, 커피도 음차해 '가배'라 했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가 되자 어떻게 된 판인지 새로운 외래어가 범람하고 있다.

델타변이에 이어 '오미크론'까지 발전했다. 본래 이 이름은 그리스문자의 자모순이다. 영국변이는 알파, 남아공변이는 베타, 브라질변이는 감마, 인도변이는 델타다. 나라 이름을 붙이면 국가간의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WHO가 정한 명칭이다. 오미크론은 열다섯 번째 글자다. 이건 만국공통이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코로나 팬데믹,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랙, 위드 코로나, 부스터 샷 등은 굳이 그렇게 쓸 필요가 없다. 코로나 대확산, 코로나 우울증, 코로나 무기력증, 단계적 일상회복이면 된다. 부스터 샷(booster shot)은 참 어려운 말이다. 영어에 웬만큼 익숙하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 그런데도 잘 알아듣는 것을 보면 참 용타. 'booster(촉진제)' 'shot(쏘다)'로 쉽게 '추가접종'이라면 될 일이다.

제발 우리말을 혹사시키지 말자. 나 같이 우둔한 사람은 사전찾기 바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